불법 영상 촬영물을 공유하는 등 성범죄를 일으킨 가수 정준영의 지난 2016년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복귀를 놓고 공영방송 책임론이 불거진다. 당시 복귀를 반대했던 시청자들 글을 보면 이번 사건을 예견하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KBS 책임이 두드러진다.

2016년 8월 정준영은 불법 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고발 당하면서 1박2일을 하차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 처리 받았고, KBS 제작진은 4개월 만에 정준영 복귀 결정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1박2일이 가족 예능을 표방한 오후 시간대 공영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정준영이 아무리 무혐의 받았다고 해도 그의 복귀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김아무개씨 글은 정확히 이번 사태를 예상했다. 그는 “국민 예능으로 즐겨 봤는데 이제 국민 예능이길 거부하는 걸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언젠가 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망이 높다. 아니면 더 이상한 방향으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글을 썼다.

정준영은 불법촬영 영상을 상대 동의 하에 찍었는데 관계가 소원해져 상대가 문제제기하면서 불거졌고, 관련 영상은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상대가 고소 취하했고, 혐의점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방송 복귀를 보고 시청률만 앞세운다고 비난했다. 시청자 김아무개씨 예상처럼 가수 정준영은 같은 내용의 범죄 의혹이 드러났고, KBS는 뒤늦게 그의 하차 결정을 내렸다.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KBS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청자 이아무개씨는 “(2016년 복귀 당시) 정준영의 잘못된 행동에 피끓는 분노에 1박2일을 몇 주 동안 볼 수 없었다”면서 “시청률이라는 괴물에 포로된 1박2일이 정준영의 복귀에 앞장섰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KBS 관계자’의 발언은 특히 시청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KBS 관계자는 “(정준영 1박2일 출연은)완전 하차라기보다는 잠정하차로 보면 된다.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추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잠정하차라는 말은 또다시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은 듯 한 뉘앙스를 주면서 KBS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으로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KBS 관계자 발언을 퍼 나르고 있다. 관련 발언은 경향신문 지면에 실렸지만 온라인 판에는 삭제됐다. 

KBS 커뮤니케이션부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제작진도, 홍보부서도 잠정하차라고 말할 상황이 아닌데 관련 발언이 신문에 실리면서 안에서도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정준영이 3년 전에도 무혐의 처리돼 복귀했는데, 만약 이번에도 무혐의를 받는다면 복귀 가능성이 있냐’고 질문하자 KBS에서 잠정하차로 보면 된다는 표현을 쓰면서 수사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KBS 측에서 ‘복귀는 없다’라는 입장을 다시 알려와 기사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1박2일은 폐지 여론으로 확산됐다. 공영방송으로서 지위와 책임을 통감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다. 지아무개씨는 “3년전 1차로 정준영이 걸렸을 때 몰카촬영 자체를 시인했다”며 “KBS라는 공익을 추구한다는 방송에서 그런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를 이미지 세탁에 감성팔이로 시청률 욕심을 부리느냐. 1박2일 팀이야말로 정준영이 괴물이 되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박아무개씨는 “피디이고 작가고 출연진이고 어느 시청자가 믿고 방송을 보겠나. 공영방송 얼굴에 먹칠이나 하는 프로그램은 폐지가 답”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시청자 박씨는 “(정준영이 복귀했을 때)자막과 연출로 사건을 희화화함으로써 외려 피해자를 비웃는 듯한 인상을 만들고 여론을 부추겼다”며 “온정주의로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1박2일 제작진은 지금에라도 폐지하라. 그것이 정씨같은 연예인에 일거리를 줌으로써 가해자 복귀를 돕는 방송가가 뒤늦게라도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한 반성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KBS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KBS 뉴스 스튜디오에 나온 윤진 기자는 “당시(2016년) 정씨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고요, KBS의 1박2일에도 3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다.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잘못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도의적 책임도 없는 건 아니잖냐”라며 “피해자는 이후에도 인터넷 등에서 온갖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KBS가 정 씨를 바로 복귀시킨 건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당시에 그런 느슨한 분위기가 일조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KBS 뉴스가 자사 KBS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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