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화 베이비뉴스 기자는 올해 초부터 육아정책연구소를 취재했다. 그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탐사보도 매체 ‘셜록’과 함께 “‘문캠프’ 출신에 기대했지만 9개월간 책상만 지킨 공익신고자”, “‘정유라 사건’ 잊었나, 학사비리 교수가 국책연구소장에” 등 단독 기사 3건을 연이어 보도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05년 설립된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2018년 기준 연구소의 정부 출연금은 67억7000만원이다.

최 기자는 육아전문지 기자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다가 육아정책연구소 관련 제보자들을 접촉했고 그 가운데 공익 제보자도 만났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서 최 기자를 만났다.

최 기자는 ‘셜록’의 박상규·이명선 기자와 함께 육아정책연구소 관련 3건의 기사를 썼다. 각 기사에 작은 기사 3~4개를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우남희 전 소장이 관용차를 개인 업무로 사용한 일을 폭로한 운전기사 최홍범씨 이야기가 첫 보도였다.

 

▲ 베이비뉴스가 보도한 육아정책연구소에 대한 단독 보도.
▲ 베이비뉴스가 보도한 육아정책연구소에 대한 단독 보도.

최씨는 우 전 소장이 관용차로 교회, 마사지숍, 골프 연습장, 동창 모임 등에 나간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국무조정실 감사결과 모두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 전 소장이 받은 징계는 ‘감봉 1개월’에 불과했다. 그는 임기를 꽉 채우고 연구소를 떠났다.

반면 공익신고자 최씨는 운전기사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연구소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위원장이 됐다. 새 소장인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취임했지만 최씨는 노조위원장이라는 이유 등으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외부에서 온 대리기사에게 국민 세금이 이중으로 낭비됐다.

백 소장은 최씨가 노조위원장이어서 기관장 차량을 운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교섭 등을 통해 최씨 업무가 조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 기자가 보도한 첫 번째, 두 번째 기사는 공익신고자 최씨 관련 기사였다. 세 번째 기사는 백 소장을 정조준했다. 백 소장이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교수로 있던 시절 학교 이사장 조카에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당시 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이사장의 조카 A씨는 프로 골프선수였다. 백 교수는 대학원장이었다. A씨는 자신이 골프선수라며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하겠다고 했다. 일부 교수를 제외하고는 출석 일수가 모자란 A씨에게 F를 주지 않았다.

더 이상한 지점은 A씨가 서울신대에서 교양과목 강사로 학생들에게 골프를 가르친 일이다. A씨 아버지가 당시 강사 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A씨가 보조 강사로 활동한 것. 이에 서울신대에서는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 불렸다고 한다.

 

▲ 출처: 베이비뉴스
▲ 출처: 베이비뉴스

기사가 보도되자 백 소장 측에서 최규화 기자 등에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기자는 자신의 기사가 육아정책연구소를 개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기자는 “육아정책연구소가 최홍범씨 신고 이후 개혁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며 “이전 소장(우남희 전 소장)의 개인 비위만 4가지였다. 그는 ‘감봉 1개월’ 이후 임기를 채워 퇴임했다. 그렇게 내부 개혁 기회를 놓쳤기에 다시 한 번 육아정책연구소의 아픈 곳을 들추는 것이다. 지금이 개혁 기회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아 전문지 ‘베이비뉴스’는 육아에 관한 생활 정보도 다루지만 이번 사건처럼 육아 정책에 관한 정치·사회적 이슈도 꾸준히 취재했다. 베이비뉴스가 정치·사회 이슈를 취재하면 간혹 ‘잡상인’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번 육아정책연구소 취재를 시작하자 “왜 베이비뉴스가 이런 취재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최 기자는 “베이비뉴스를 읽는 독자층은 두 부류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와 육아나 정책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라며 “일부 학부모들은 비리 기사를 보도하면 낯설어하고 의아해하신다. 그러나 아이에게 어떤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지 아는 것과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어떤지 아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지원 정책 변화에 아이는 분명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이 육아기관의 권력을 장악하고 무엇을 밝히고 숨기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생활 정보와 정책 정보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고 말했다.

 

▲ 최규화 베이비뉴스 기자. 사진=최규화 기자 제공
▲ 최규화 베이비뉴스 기자. 사진=최규화 기자 제공

최 기자는 “취재 초기 특정 기관을 출입하는 기자가 아닌데다가 소위 ‘빨대’(취재원을 의미하는 은어)가 없어서 정보를 입수하는 데 대단히 어려웠다. 또 ‘잡상인’ 취급을 당하면서 서럽기도 했다”며 “그러나 관계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내 기사를 보여주면서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다고 진심을 전하니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 관련 토론회에 가면 기자들 일부는 정치인 인사말만 듣고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며 “그러나 베이비뉴스 기자들은 ‘마지막 질문은 우리가 하겠다’는 마음으로 취재원에게 신뢰를 주려 한다. 실제 육아 관련 현장에서도 끝까지 남아 취재하고 다른 매체가 들여보지 않는 정책들도 꼼꼼하게 보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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