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학교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과제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 주감초등학교
③-1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경희여중
③-2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장: 구산중
④ 유튜브 리터러시 어떻게 할 것인가
⑤ 유튜브 리터러시 교·강사 인터뷰
⑥ 알고리즘 리터러시와 기업의 역할
⑦ 언론과 미디어 리터러시
⑧ 시민사회와 미디어 리터러시
⑨ 노인과 디지털 리터러시
⑩ 한국 미디어 교육의 과제

“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유재석이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유재석을 알아보지 못했다. “TV 프로그램 중에 뭘 제일 좋아해요?” 유재석이 다시 묻자 “도티”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재석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도티가 뭐예요?” 2017년 9월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이다.

유재석은 도티를 몰랐지만 초등학생 사이에서 도티는 ‘대통령’이다. 2017년 EBS와 스쿨잼 조사 결과 초등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1위는 김연아, 2위는 세종대왕, 그리고 3위가 도티였다.

‘갓튜브’ 시대다. 한 달 동안 유튜브를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자는 19억명에 달한다. 미국 주간지 ‘버라이어티’가 고등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1위부터 6위까지 유튜버가 차지했다. 조니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유튜버들에게 밀렸다. 국내에서도 전 연령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단연 유튜브다.

유튜브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은 복잡하다. 바쁘고 정신없을 때, 식당에서 얌전히 밥을 먹여야 할 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불안감에 휩싸인다.

TV라면 차라리 낫다. 무엇을 하는지 눈에 보인다. 아무리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어도 방송사 사전 심의를 거친 내용이라 도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유튜브는 다르다. 누구나 ‘게이트 키핑’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고 돈까지 벌게 하면서 혁신을 이뤄낸 유튜브는 나쁜 콘텐츠도 거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 그래픽= 이우림 기자.
▲ 그래픽= 이우림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청소년 1인방송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스스로도 인터넷 방송의 ‘부적절한 언어’ ‘선정성’ ‘폭력성’ ‘반사회적 콘텐츠’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특히 어린이에게 유튜브가 위험한 이유는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7년 ‘엘사 게이트’는 미국의 부모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유튜브 키즈앱을 통해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가 등장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연관 영상으로 겨울왕국 등장인물들이 성범죄를 벌이고 마약을 흡입하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광고를 해온 아디다스, 마즈, 도이치뱅크, 캐드버리 등 기업들의 광고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물론 세상 모든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콘텐츠의 책임을 유튜브에 물을 수는 없다. 인터넷의 등장과 동시에 이런 콘텐츠는 언제나 논란이었다. 유튜브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10대에게 ‘퍼스트 스크린’이라는 점, 그리고 대놓고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은은하게 선입견과 편견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 혐오표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유튜브 콘텐츠.
▲ 혐오표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유튜브 콘텐츠.

특히 주목해야 할 건 혐오·차별 표현물이다. 지난해 세계일보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혐오의 파시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를 묻는 질문에 15.3%가 유튜브라고 답했다. 유튜브에서 혐오 표현들을 검색하면 ‘외제차에 혹해 떠났던 전 여친 참교육’ ‘김치녀 엿 먹이기’ ‘맘충의 최후’ ‘꼴페미 진상’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쏟아진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2018년 인터넷 방송에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 결과 112개 프로그램 중 성차별적 내용이 54건 나왔다. 이는 성 평등적인 내용(10건)보다 5배가량 많은 수치다.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리·헤이지니 같은 키즈 콘텐츠에선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적인 성 역할을 부추기는 내용이 적지 않다.

황고운 강선초등학교 교사는 “(대놓고 자극적인) 철구는 아이들이 별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겸한테 표현들을 배운다. 보겸은 재미있고, 멋지고, 나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주는 연예인 같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효진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율서비스팀 담당(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은 “교육을 할 때 특정 유튜버가 옳다 나쁘다 잘라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정인이 항상 비도덕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 유튜브에서 아동 청소년은 이용자이자 창작자다. 띠예(위)와 뚜아뚜지TV 화면 갈무리.
▲ 유튜브에서 아동 청소년은 이용자이자 창작자다. 띠예(위)와 뚜아뚜지TV 화면 갈무리.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용자’가 곧 ‘창작자’라는 점도 새로운 위협이다. 미국에서는 눈을 뜨면 이상한 현상이 벌어져 눈을 감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버드박스’를 따라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눈을 가리고 운전하고 도로를 건너는 영상까지 나왔다. 세탁세제인 ‘타이드 포드’를 음식에 넣어 먹는 도전 영상이 유행하기도 했다.

유튜브가 위험한 도전을 하는 영상을 삭제 및 차단 대상으로 정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국내에서는 엄마의 몰카를 찍어 올린 ‘엄마 몰카’ 사건이 벌어졌다. 어린이 유튜버들이 선정적인 발언을 하는 댓글로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배효진 담당은 “아이들은 유튜브를 싸이월드처럼 생각한다. 서로 영상을 올리고 적극 교류하는데 나중에 ‘흑역사 저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옥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장은 “유튜브 뿐 아니라 인터넷에 혐오표현을 하고 막말을 하는데 (인터넷은 캡쳐되면)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신중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튜브, 하루 9만개씩 ‘나쁜 영상’ 처리하지만…

“음란쇼에 자살중계…막장 인터넷 개인방송”(서울신문 2012년 10월15일자) “‘앙기모띠’, ‘보이루’… 유튜브 규제 공백에 아이들이 병든다”(중앙일보 2018년 9월5일자)처럼 인터넷 방송의 자극적인 콘텐츠를 문제 삼으며 규제론을 논하는 기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2012년에는 그 대상이 아프리카TV였고 오늘날은 유튜브로 바뀌었을 뿐이다.

표현물에 대한 규제론의 정당성을 논하기에 앞서 무한한 유튜브 공간에서 중국처럼 사이트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 한 어떤 규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유튜브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동안 유튜브에서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한 영상이 828만 건에 달한다. 항목별로는 성문제(30.1%)와 스팸(26.4%)이 가장 많았고 혐오(15.6%)와 폭력(13.5%), 위험행위(7.6%), 아동폭력(5.2%), 테러조장(1.6%) 순이다.

유튜브가 두 손 두발 놓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루에 나쁜 영상을 9만개씩 처리하고 있는데도 문제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유튜브가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한계가 있다.

규제법을 만들어 정부가 심의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혐오차별표현의 경우 어디까지를 조치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점도 존재한다. 설령 기준이 만들어져도 이를 우회하는 또 다른 표현이 나오면 제 자리 걸음이 될 수밖에 없다. 열심히 규제해도 규제가 없는 나라 서비스에서 방송하면 그만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문제 있는 영상이 사라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차별 표현을 지적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온 장애인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은 지난 1월 구글코리아 행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예전엔 혐오 콘텐츠를 보면 ‘무조건 규제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유튜브가 없어져도 이들은 또 다른 플랫폼에서 같은 일을 할 게 분명하다. 유튜브에서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혐오를 양산할 수 있지만, 유튜브가 자정적인 역할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규제보다 인식 전환이 더 중요하다.”

규제는 무조건 나쁘고 교육이 항상 옳다는 게 아니다. 어떠한 규제를 적용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유튜브 시대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실이다.

“무조건 보지 말라”는 교육은 갈등만 조장

“유튜브 하지마!” “그건 나쁜 콘텐츠니까 걔가 나오는 건 보지마!” 유튜브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를 고민하는 교·강사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교육법이다.

기성세대가 과거 게임과 만화에 그랬던 것처럼 특정 콘텐츠 전반을 유해한 대상으로 낙인찍고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하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박정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 강사는 “나쁜 콘텐츠를 보면 안 된다는 식의 교육도 고민했는데 본인들이 깨닫기 전에 이건 옳다 아니다를 말하는 건 자율적이지 않고 이분법적 사고라는 점에서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작’ 교육이 중심인 점도 유튜브 리터러시의 과제다. 신문이 ‘신문 활용교육’에서 뉴스 리터러시로 진화해야 한다면 영상 미디어는 단순 제작 교육을 벗어나야 한다. 주민정 구산중 교사는 “유튜브의 경우 다양한 의미 있는 표현물을 제작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돈’이라고 여기고 교육 역시 영상 제작 방법을 알리는 내용이 주가 됐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 교육 강사는 “현장에서 신문이나 방송 제작 교육이 많은 이유는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힘든 리터러시 교육을 교·강사들이 회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지만 다양한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저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개인방송 다이어트 노트’ 개념을 제시했다. △플랫폼 △장르 △특징 △진행자 △소재 및 주제 △이용시간 △의견 등을 써야 하는 일지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보는지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이다.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로 구성된 '미라밸' 팀이 유튜브 리터러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소속 미디어 강사들과 미디어 강사 양성과정 수료생들은 지난 겨울 유튜브 리터러시 교안을 연구했다. 이름은 ‘유튜브 구조 읽기’다. 유튜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고 ‘검색’ ‘추천 알고리즘’ 등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는 교육이다. 교육 때마다 ‘썸네일 직접 만들고 이야기 릴레이하기’ ‘유튜브 백화점 만들기’ ‘검색어 퀴즈’ 등 관심을 가질만한 놀이를 병행한다.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들은 유튜브 리터러시에 젠더 교육을 결합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콘텐츠에 나오는 성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다. 상어가족 노래의 성별을 바꿔 부르게 하고, 성평등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만들게 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유튜브 콘텐츠 속 문제점들을 발표한 다음 제작 실습을 하는 방식이다. 황고운 교사는 “아이들이 쓰는 미디어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래서 너희와 같이 알아보고 싶고 너희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청소년 캠프 교육을 통해 뉴미디어와 인권 교육을 연계했다. 함부로 댓글을 쓰고 영상을 올리는 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자신이 남긴 디지털 기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교육한다. 단순히 ‘나쁜 콘텐츠’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이 사회를 바꾸고, 긍정적 기여를 한 점도 강조한다는 게 특징이다. 언론인권센터는 6년째 ‘쉼터’ 교육도 하고 있다. 김현옥 본부장은 “미디어 교육은 특히 가정 밖 청소년이자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필요하다. 그들의 미디어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교육의 테두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중요하지만 교육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김현옥 본부장은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미디어를 이용하는 데는 부모의 책임도 있는데 당장 유튜브를 끊으라고 해봤자 갈등만 생길 것”이라며 “미디어에 대해 부모가 책임감을 갖고 대화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부모도 미디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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