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노조(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드라마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하루 16~1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촬영을 요구한 KBS에 대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27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5개 드라마 현장의 노동법 위반 실태를 고발했다. 5개 드라마는 현재 방영중인 △왜그래 풍상씨 △왼손잡이 아내와 방영 예정인 △닥터 프리즈너 △국민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등이다.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5곳 모두 스태프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임금, 소정노동시간, 휴일, 연차휴가 등 노동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17조 위반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KBS·OCN·tvN 등 방송사 드라마 현장을 근로감독한 결과 방송스태프의 근로자성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4개 외주제작사 및 29개 도급업체를 조사해 총 스태프 177명 중 일부 팀장(감독)을 제외한 157명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5개 드라마 스태프들이 제작사에 개별 근로계약을 요구한 것.

모든 제작사가 근로계약을 거부했다. 그 결과 왜그래 풍상씨 스태프들은 개별 도급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고 나머지 4개 현장 스태프들은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채 근무 중이다. 4개 드라마 제작사는 이들에게 '턴키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계약서 작성 때까지 임금을 주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턴키’ 계약은 근로계약 책임을 회피한 하도급 계약 관행으로, 조명·동시녹음·그립(특수장비) 분야 등 팀단위로 용역 계약을 맺어 팀장급 스태프가 인건비 등 책임을 지도록 한다.

연속 장시간 촬영 문제도 심각하다. 방송스태프지부가 조사한 '왜그래 풍상씨' 1~2월 스케줄표를 보면 하루 15시간 이상 일한 날이 21일에 달한다. 특히 1월 14일부터 20일까진 5일간 68시간 일했고 2월 3일부터 9일까지 5일간은 78시간40분 일했다. 하루 최장 노동시간은 19시간30분(2월1일)이었다.

지난 13일 왜그래 풍상씨 현장에선 집단 제작 거부 사태도 발생했다. 12일 오전 7시30분에 시작한 촬영이 13일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조명팀 감독은 스태프들의 힘들다는 항의를 KBS PD에게 전했으나 PD는 촬영을 요구했다. 그러다 새벽 2시 조명 스태프를 포함한 기술팀 스태프 9명이 제작을 거부하며 현장에서 철수했다. 촬영 시작 후 15시간 30분이 지날 때였다.

5개 드라마 제작사는 하루 촬영시간을 16시간으로 한 도급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16시간 초과 분에 대해서도 시간외 수당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스태프지부는 1주 연장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53조 및 연장·야간·휴일 근로엔 1.5배 수당을 지급하는 56조 위반이라 주장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접수하고 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드라마 촬영은 3~6개월인데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해도 촬영이 끝나기 전에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방송산업 특수성을 감안해 촬영 종료 전 감독결과가 나오게끔 신속히 특별근로감독을 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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