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이달 초 기사 수정 반복으로 문제가 된 ‘명절 상차림 체험 기사’ 논란에 대해 기사 수정 매뉴얼을 재발방지책으로 마련하는 중이다.

중앙일보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는 지난 7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데스킹 과정이 부실했고 재발을 막는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뒤 이를 편집국장, 사회에디터 등이 참석하는 제작간담회에 전했다. 이에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열린 제작간담회에서 디지털 기사 수정 매뉴얼을 만드는 중이라 밝혔다.

중앙일보 공보위는 “기사 오류에 비판이 나오는데 설명 없이 기사를 수차례 고치는 것은 중앙일보 신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보도 윤리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보위는 기사 작성과 데스킹 과정의 부족함도 문제지만 본질적으로 대응 과정에서 허술함을 보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기사 중요 부분을 수정한다면 수정 부분을 주석 등을 통해 독자가 보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 2월6일 보도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 2월6일 보도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기사.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강주안 사회에디터는 공보위 입장에 “공보위 지적대로 기사 작성 과정에서의 실수를 데스킹 과정에서 잡아내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답했다. 강 에디터는 “인터넷 기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사 본문이나 사진 설명을 수시로 고쳐왔고 독자들은 기사를 한 번만 볼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번 사안같이 외부에서 기사 수정 단계마다 캡쳐를 해서 비판하는 것을 처음 겪다 보니 대응이 미비했다”며 “앞으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치려고 논의 중”이라 밝혔다.

박승희 편집국장도 공보위 지적에 동의하며 “허위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건 명백하지만 이번 문제는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실수를 했는데 이후 처리 과정에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답했다.

박 편집국장은 “우리가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기사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미숙했고 사고 처리 과정이 안이했다는 부분을 교훈으로 삼는다. 재발 방지를 구성원에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기사는 지난 6일 오전에 게재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다. 차례상을 더 이상 차리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선언으로 말미암아 3대 독자인 20대 남성 기자가 차례상 차림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한 후 쓴 기사다. 최초 기사에 나온 숙모, 형수, 삼촌 등의 표현으로 ‘3대 독자가 맞느냐’는 허위보도 지적이 나왔으나, 기자가 친·외가 기억을 한 문장에 적다 생긴 ‘서술 실수’로 밝혀졌다. 논란은 문제 표현이 1~2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수정되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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