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계 불공정한 관행을 폭로한 뒤 세상을 떠난 박환성 PD의 유작을 방송한다. 오는 23일 밤 11시40분에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 ‘소년과 코끼리’는 지난해 9월 제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엘리펀트 보이’란 이름으로 두 차례 상영해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했다.

박 PD는 고 김광일 PD와 EBS 다큐프라임 ‘야수와 방주’편을 찍으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갔다가 지난 2017년 7월 중순 세상을 떠났다. 박 PD의 동생 박경준씨는 형이 운영하던 제작사 블루라이노픽쳐스를 이어받아 형이 남긴 자료로 유작을 만들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한 ‘엘리펀트보이’는 네팔 남부 치트완에 사는 크리스라는 소년과 코끼리 조련사인 그의 아빠 끄리쉬나를 중심으로 인간과 코끼리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지난 2012년 EBS 다큐프라임 ‘소년과 코끼리’(연출 박환성, 촬영 박환성·서종백)의 후속편이다.

▲ 오는 23일 밤 11시40분 KBS 1TV에서 박환성 PD의 유작 소년과 코끼리를 방영한다.
▲ 오는 23일 밤 11시40분 KBS 1TV에서 박환성 PD의 유작 소년과 코끼리를 방영한다.

2012년 EBS에서 상영한 ‘소년과 코끼리는’ 지난 2011년부터 박 PD가 서종백 PD 등과 함께 촬영해 만든 작품이다. 5년 뒤인 2016년 박 PD는 사춘기로 성장한 크리스를 찾아 인간과 코끼리를 다시 담았다. 하지만 그가 촬영을 끝마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동료 제작진과 동생 박씨는 최대한 박 PD의 의도를 헤아려 ‘엘리펀트보이’를 만들었다. 후반작업 전반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든 진모영 감독이 맡았다.

▲ 박환성 독립PD의 유작 ‘소년과 코끼리’ 한 장면
▲ 박환성 독립PD의 유작 ‘소년과 코끼리’ 한 장면

박 PD의 유작은 KBS와 일본 공영방송 NHK, 대만 공영방송 PTS 등의 도움을 받았다. KBS가 오는 23일 유작을 방영한다.

박 PD를 대신해 유작을 완성한 제작진이 강조한 부분은 뭘까. 후반작업을 맡은 진모영 감독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환성 감독은 단순하게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기 보단 동물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 계속해서 어떠한 가치를 사고하게 한다”며 “코끼리랑 산다는 게 어떠한 뜻인지, 다 놔주는 게 답일지 아니면 노동력으로 코끼리를 써야하는 그 지역의 통상적인 분위기에서 인간이 코끼리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2012년 소년과 코끼리가 소년 크리스의 입장에서 코끼리를 바라봤다면 이번 작품은 우리(시청자)가 코끼리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코끼리와 인간을 바라봐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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