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을 연속보도한 JTBC와 회계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MBC가 2018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50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을 열었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은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보도(MBC 김현경·이해인·박소희·이동경 기자)와 △안태근 성추행 사건 폭로 및 ‘미투’ 운동 보도(JTBC 김지아·박소연·이지혜·신진·윤재영 기자)다.

비리유치원은 유치원 원장이 교비로 사익을 추구한 회계 부정 유치원으로 지난해 10월 MBC가 최초 보도하며 의제를 이끌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동안 전국 유치원 6153곳 중 2058곳을 감사한 결과 1878개 유치원의 회계 부정이 적발됐다. MBC는 비리 유치원 이름, 주소, 비리내용 등을 보도했다.

▲ 2018년 1월29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2018년 1월29일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2018년 10월1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018년 10월11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JTBC는 지난해 1월29일 뉴스룸에서 서지현 검사를 최초로 인터뷰하며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사건을 연속 보도했다. 서 검사의 증언은 문화예술계·언론계·정계·학계 등으로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이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자 김지아 JTBC 기자는 "서지현 검사라는 한 사람의 용기로 시작된 보도다. 우리는 그 목소리가 지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노력한 것밖에 없어 사실 좀 송구스럽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의 그릇된 시선 속에서 그동안 숨어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건 그동안 해왔던 취재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보도 과정에서 취재팀 모두 분노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또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MBC 김현경 기자는 "고민의 출발점은 정책의 실패, 정치의 실패가 어디서 오느냐에 있었다. 무상보육 정책이 7년 전 처음 시작될 때 나라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정작 수요자인 학부모에 돌아가지 않고 유치원 단체와 어린이 단체에게만 돈이 지원되는 형태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가 유치원의 비리 내용이 교육청 감사 결과 다 적발됐는데도 공개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럼에도 유치원단체와 교육청, 또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건드리지 않는 언론들과 모든 상황 속에서 정작 학부모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보며 우리가 명단 공개를 추진하게 됐다"며 "그 바탕에는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온 시민들의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밖에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은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획(서울신문 유영규·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및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 값 급등과 삼성 차명부동산'(SBS 탐사보도부) 기획이다.

부산일보 안준영·김준용 기자는 "한국판 홀로코스트 형제복지원 '절규의 기록'" 보도로 지역취재보도 부문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이성원 서울신문 기자는 "치매 국가책임제나 발달장애 국가책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간병의 부담은 여전히 가족의 몫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보도가 나올 때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일간신문으로선 기다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믿고 기다려준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아픈 얘기를 어렵게 해준 인터뷰이 분들께 이 상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병희 SBS 기자는 "우리 뉴스가 어디로부터 비롯됐는가 생각해봤다. 멋지게 기사를 쓰고 유려하게 구성하고 CG를 화려하게 입힌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들이 있던 자리에서 뭔가 부조리함을 보고 양심에 따라서 용기를 냈던 분들, 제보자분들,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보도가 가능했다"며 "그 분들에게 더욱 감사를 드리고 우리 팀은 올해도 잘 들리지 않지만 들어야 될 목소리를 듣기 위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부산일보 기자는 "보도가 난 뒤로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연락을 해 내 아버지, 우리 오빠, 동생이 형제복지원에서 죽었을 지도 모른다, 사망 자료라도 좀 알 수 있겠느냐고 하시면서 본인이 죽기 전에 제사라도 한 번 모셔야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다"며 "기자상은 피해자분들의 피눈물 위에 쓰인 거라고 생각한다. 형제복지원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비상상고 조치도 있었고 오거돈 부산시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도 있었지만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동시에 시상이 이뤄진 제9회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프랑스 내 한국독립운동사 재발견' 기사를 쓴 김용래 연합뉴스 기자에게 돌아갔다.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근무 중 교통사고로 순직한 고 조계창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의 기자정신을 기리고 국제보도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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