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이용한 디스패치의 ‘조회수 장사’가 도를 넘었다.

디스패치 SNS팀은 지난 20일 “매일 ‘정액’ 먹어 아인슈타인보다 높은 아이큐 가졌다는 명문대생”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해외 언론 ‘뉴월드오더미디어’가 2016년 매일 정액을 먹고 아이큐가 높아진 한 여대생의 사연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디스패치는 “26살의 엘리샤 프랭클린은 지난 2015년 9월 아이큐 테스트에서 154를 받아 멘사 회원이 됐다. 그녀는 아이큐를 향상시킬 방법을 애타게 찾다 ‘남자의 정액을 먹는 것이 여태까지 해왔던 방법 중에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일 것’이라고 판단해 실행에 옮겼다”고 보도했다.

▲ 지난 20일 디스패치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유한 가짜뉴스.
▲ 지난 20일 디스패치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유한 가짜뉴스.
디스패치는 “연구진에 의하면 남자의 정액에는 뇌에 아주 중요한 화학적 요소와 영양분이 들어있다”고 전하며 “그녀는 매일 신선한 정액을 마셨고, 아이큐 측정 결과 그녀의 지적 인지 능력이 실제로 더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테스트한 지 13개월 만에 65점이 올랐다. 최근 측정된 그녀의 아이큐는 220”이라고 보도했다. 디스패치는 전문가 발언이라며 “정액을 섭취하는 사람의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해당 기사는 가짜뉴스다. ‘뉴월드오더미디어’라는 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뉴월드오더’는 음모론이란 뜻을 갖고 있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해당 가짜뉴스는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라는 해외 유명 가짜뉴스 사이트에서 최초 유포됐다. 해당 사이트는 메인페이지에서 자신들을 소개하며 “우리는 기사의 풍자성과 내용의 허구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이 웹사이트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은 완전히 허구”라고 밝히고 있다.

▲ 디스패치가 인용한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가짜뉴스.
▲ 디스패치가 인용한 월드뉴스데일리리포트의 가짜뉴스.

해당 사이트는 “사우디 왕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낙타 200마리를 보냈다”는 식의 허위정보를 소셜미디어에 확산시켜 온라인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가짜뉴스 사이트다. 이 매체의 슬로건은 “당신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다.

디스패치는 해당 가짜뉴스사이트와 마찬가지로 퇴폐적이면서 선정적인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상업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가 가짜뉴스라는 사실은 공지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는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 송고되지 않고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만 유통됐다. 페이스북을 타고 들어가는 인링크 조회 수는 온라인 광고수익으로 연결된다. 

가짜뉴스를 이용한 조회 수 장사가 “뉴스는 팩트다”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디스패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이슈를 기사 형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같은 가짜뉴스가 SNS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결과 SNS를 규제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저널리즘에 대한 뉴스수용자들의 인식은 추락하고 있다. 디스패치의 해당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100회 넘게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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