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해임되고 정치권 문을 두드렸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유튜브 정치’에 나섰다. 김 전 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김재철의단디해라’ 개설 소식을 알렸다.

그는 방송에서 “제가 고향 경상남도에 돌아왔다. 유튜브 방송을 오늘 시작한다”며 “야외 현장에도 나갈 것이다. 농민들, 어민들 이야기를 들을 거다. 350만 도민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이 방송은) 대한민국 전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라며 “저는 방송 쪽에서 30년 이상 일했다. MBC를 나와서는 역사를 연구하면서 역사 뮤지컬 회사를 5~6년째 경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개설 취지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또 다른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며 “언론은 서로 ‘이게 맞다’ ‘저게 맞다’며 국민들이 진짜뉴스와 가짜뉴스를 분간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그래서 단디해라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김재철의단디해라’ 개설 소식을 알렸다. 사진=김재철의단디해라 방송 화면 갈무리
▲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김재철의단디해라’ 개설 소식을 알렸다. 사진=김재철의단디해라 방송 화면 갈무리
방송 콘텐츠는 언론 보도나 언론인, 또는 논객에 대한 비평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직 사실에 입각해 사안을 해석하고 추적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언론과 자칭 언론인들의 자격을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9일자 방송에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를 비판했다. 김 전 사장은 김어준씨를 겨냥해 “시선이 편향적이라는 건 말할 것 없다. 중요한 건 그는 언론인이 아니다. 가짜 언론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든 영국이든 언론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언론인이라고 한다”며 “언론인 출신들은 경력을 쌓아야 한다. 김어준씨가 그런 경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김어준씨가) 거침없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걸 볼 때는 시원하지만 과연 (김씨가 주장하는) 기사들이 확인된 기사인지, 중도에 서서 방송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친한 동료 주진우씨는 제가 언론인으로 인정한다”며 “주간지 시사IN에서 열혈기자로 많이 뛰었다. MBC 스트레이트란 프로그램을 매주 한 번 진행하고 있다. 편향적인 건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MBC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거론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광화문에 촛불집회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지지도가 50% 중반에서 몇 달 사이 7%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걸(PD수첩 보도를) 믿었다”며 “지금 수입 쇠고기 안 먹는 사람 누가 있느냐.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 PD수첩은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했다. 이만큼 팩트에 입각한 기사냐 아니냐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JTBC와 손석희 앵커도 비판했다. 이를 테면 2016년 10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에 “지금도 JTBC는 태블릿PC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하거나 손석희 JTBC 대표를 겨냥해 “이미지 방송을 너무 잘하시는 분”,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정보로서 가치가 있다며 의혹 기사로 뉴스를 재생산하고 있다” 등의 비평을 남긴 것.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MB 정권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2017년 11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장은 MB 정권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공영방송 장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김 전 사장의 ‘유튜브 정치’를 오롯이 언론 활동으로 보긴 어렵다. 그는 2014년 사천시장 선거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경선에서 낙선하는 등 MBC 사장에서 해임된 뒤 정치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선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 선대위에서 문화예술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 그가 경남지역신문 회장에 취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그의 갈지자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 전 사장은 현재 MB 정부 국정원의 MBC 장악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전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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