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이 20일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인터넷·게임업계 최초이며 지난달 16일 중앙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결렬 후 36일 만이다.

이날 오후 12시1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는 공동성명 단체행동에 참석한 300~400명의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노조 측은 애초 300명 정도의 참석 인원을 예상해 홍보물 등을 준비했는데 예상 밖의 높은 참여율로 시작 전부터 분주했다.

조합원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단체행동 시작 시간도 5분 이상 지연됐다. 공동성명 조합원들은 12시가 되기 전부터 로비에 줄 서서 굿즈(goods)와 후드티 등 홍보물을 받아가고 ‘꿀 먹은 듯한’ 사측의 교섭 태도를 풍자하는 꿀벌 인형과 사진도 찍었다. 단체행동 시간이 다가오자 ‘투명하게 소통하라’, ‘이해진이 응답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로비에 줄지어 앉았다.

박상희 공동성명 사무장은 조합원들을 향해 “이 자리에 예상을 뛰어넘게 많이 참석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지난 간담회 자리에서도 말했지만 조합원을 믿고 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에서 노사 단체교섭 결렬 후 첫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날 단체행동엔 300~400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옥 1층 로비에서 노사 단체교섭 결렬 후 첫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날 단체행동엔 300~400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원래 공동성명은 이날 단체행동 진행 시간을 오세윤 노조 지회장 발언과 SK와이번스 야구팀 ‘최정 응원가’ 리듬을 딴 ‘투명소통’ 노래, 피켓 구호 등 10분으로 계획했다가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25분가량 진행했다.

공동성명은 앞서 지난 11일 그린팩토리 사옥 앞에서 사측의 조정안 거부에 따른 합법적 쟁의권으로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단체행동 선포 후에도 “대화가 잘 되면 어떤 형태든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고, 사측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지만 중노위 조정안 결렬 후 노사는 단 한 차례도 대화 테이블 자리에 앉지 않았다.

오세윤 지회장은 이날 단체행동에 참여한 조합원들에게 “이해진 총수와 경영진에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의 요구들에 대해 회사의 응답을 기다리겠다”며 “우리를 진정한 대화 상대로 존중한다면 언제든 응답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2주 후 더 많은 조합원과 함께 더 큰 목소리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단체행동 후 기자들과 만나 사측과 교섭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먼저 (제안)할 이유가 없는 게 우리는 계속 교섭하면서 양보하고 선을 내렸는데도 회사는 변함이 없었다”며 “우린 다가갈 수 있을 만큼 다가갔고 (회사가) 다가오면 우린 바로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지회장은 회사가 계속 ‘협정근로자’(파업 등 쟁의 참여 조합원 제한) 조항을 단협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선 “협정근로자는 이번 중노위 조정 대상이 아니었을뿐더러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그는 “권리분쟁에 해당하는 협정근로자는 노동위에서도 원래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회사가 그걸 핑계로 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단체행동권을 자꾸 제한하려 하지 말고 우리와 대화하면 단체행동으로 더 번지지 않고 해결된다. 우리가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자꾸 노동권을 무시하는 처사는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지회장은 노조의 쟁의가 장기화해 파업까지 갈 가능성에 대해선 “조합원들이 한데 모여 목소리를 자꾸 내고,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더 큰 목소리를 내는데도 사측이 응답하지 않고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그때 조합원 원하면 우린가 가진 쟁의권으로 모든 형태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이 만든 단체행동 돌입 온라인 홍보물.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이 만든 단체행동 돌입 온라인 홍보물.
네이버 사측은 ‘협정근로자’가 논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으면 노조와 교섭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사측 관계자는 “지금 노사가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에서 먼저 교섭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아마도 조금 시간이 지나고 협정근로자 관련 논의가 가능하다면 노조와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도 “회사는 15차례 교섭을 비롯해 계속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며 갈등이 아닌 대화로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대규모 단체행동과 이후 쟁의 상황과 관련해선 “노조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네이버 직원들은 자기 서비스에 대한 강한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회사는 쟁의 중에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동성명 측은 혹여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돼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이 있을 것을 우려해 이날부터 ‘부당노동행위 신고 채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점심시간 피케팅하는 조합원을 촬영해 조직장에게 알린다거나 중간관리자에게 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 의사 등을 묻게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로 의심되는 일을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서다.

오 지회장은 “우리는 당연히 조합원을 지켜야 하므로 조합원에게 가해지는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온라인 익명 제보로 적극 모으려고 한다”며 “노조 가입과 활동을 이유로 부당한 처사를 하거나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모든 게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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