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종교계 대표를 초청한 것과 관련해 기독교계 보수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은 빠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초기 종교계 지도자 초청 오찬 행사엔 기독교계 대표 지도자로 한기총 회장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계 지도자와 오찬 간담회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초청된 종단 대표는 모두 7명으로 천주교의 김희중 대주교(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대한불교조계종의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 기독교의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원불교의 오도철 교정원장, 이정희 교령(천도교), 박우균 회장(민족종교협의회), 김영근 성균관장(유교) 등이다. 다만, 청와대는 이들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속해 있기 때문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기독교 대표로는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초청받았다. NCCK는 지난 1924년 일제강점 치하에서 기독교 단체를 통합해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를 설립한 이후 유신독재와 신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에 앞장선 대표적인 기독교 연합체다. 이 단체에 포함된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한국구세군,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한국정교회대교구, 기독교한국루터회 등 10개 교단이 회원으로 들어와있다.

그러나 예수교장로회의 다른 분파인 예장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순복음교회 등 신도와 교세가 큰 교단은 빠져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과거 예장합동 등이 회원 교단으로 들어와있었으나 5~6년 전부터 빠졌으며 현재는 행정보류상태다.

박근혜 정부 초기 종교지도자와 만남에서는 기독교 대표 단체로 한기총이 초청을 받았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3월19일 청와대로 초청한 종교지도자는 홍재철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 자승 조계총 총무원장,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간대화위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7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한 종단 구성과 대체로 일치하지만 기독교만 다르다. 당시 7대 종단 지도자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라는 단체의 공동의장 7명이었고, 이번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소속 종단 대표 7명이이었다.

특히 이번에 교계 지도자를 부른 건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는 종교 대표와 함께한다는 게 계기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에 참여하는 종단 수장을 초청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CRP에 속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그 회원 교단은 모두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본관에 종교지도자 대표 7인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본관에 종교지도자 대표 7인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다른 기독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아직 별도의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기획하지는 않고 있다. 한기총 홍보팀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3·1절 국민대회 행사를 따로 준비하고 있고 집회형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장소부분이 마땅치 않아 고민중이다. 오는 25일 임원회의에서 장소 등이 공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행사가 3·1 독립운동 100주년 행사는 아닌 것이냐’는 질의에 이 관계자는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3·1절 100주년 행사 당시 동시타종 행사에 동참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그런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속해있지 않은 기독교 교단들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예장합동은 오는 3·1운동 100주년 공동예배 행사를 연다. 예장합동은 사전배포한 3·1운동 100주년 예배의 공동기도문에서 “1919년 삼일운동은 우리 민족이 하나 되어 만들어 낸 위대한 기독교 역사요 유산”이라며 “전국에 흩어진 교회들이 네트워크가 되었다. 남녀노소, 신분, 지역, 환경을 초월하여 우리 민족이 이렇게 하나 된 적이 없습니다. 기독교인이 중심이 되어 온 민족을 하나 되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한기총 측은 지난 18일 청와대 종교지도자 오찬간담회에 총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정부로부터 개인적으로 초청 연락을 받았으나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홍보팀 관계자는 18일 오후 통화에서 “전광훈 회장한테 정부로부터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으나 (전 회장이) 오늘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중의 소리는 19일 전광훈 한기총 회장이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도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전 회장은 “저는 오늘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하는 7대 종단지도자 모임을 단호히 거부했다”며 “그 이유는 정부가 자신들이 주최하는 3.1절 집회를 통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8월 15일 건국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3.1절 역사를 왜곡하는 행사를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 속에 감춰있던 정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왔던 3.1절 집회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광화문 광장과 시청 앞을 정부가 쓴다는 명목 하에 장소를 불허하고 있다. 일부 몇몇 목회자들이 정부 측의 협박에 못 이겨 문재인을 찬양하는 기독교 행사를 하려고 한다. 저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청와대는 한기총에 초청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3·1운동 100주년 행사를 기념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분들만 초청대상이었고, 이외의 종교인에게는 연락한 적은 없다”며 “청와대가 모르는 다른 쪽에서 전화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 지난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취임식. 사진=한기총
▲ 지난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의 취임식. 사진=한기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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