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1면으로 보도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의 핵심 근거인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보고서 발주처가 조선일보 미디어 연구소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언론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과 학계의 카르텔’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조선일보 편집국은 침묵하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이 정부 여당에 주파수를 맞췄다는 조선일보 주장은 현장 PD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PD연합회는 조선일보가 인용한 보고서가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의 연구 지원을 받은 결과물이기에 조선일보 입맛에 맞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해당 보고서에 공정성 평가 지수가 없고, 편향성과 논쟁적 사안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아 연구 보고서가 갖춰야 할 타당성과 신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학계가 연구 용역을 받아서 보고서를 쓰면 이를 언론이 받아쓰고 정치권에서 이 보도를 근거로 ‘방송이 불공정하다’고 공격하는 전형적 언론계·학계·정치권의 적폐 카르텔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건강한 방송에 불공정 프레임을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조선일보 자신이 공정한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조선일보는 지상파를 걱정해주기보다 거듭된 편파 왜곡 보도와 선정적 방송으로 재승인 탈락 위기에 놓인 TV조선 공정성을 먼저 걱정하고 대책을 제안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 조선일보 11일 지면.
▲ 조선일보 11일 지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보고서를 작성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윤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맡은 인물이며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하는 외부 필진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또 윤 교수가 편향성 지수를 이번 분석에 도입한 것에 “개별 사안 경중이나 바뀐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 균형성만을 따지는 것이 과연 합리적 평가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상파의 편향성을 시비 걸기 전에 브로커로부터 명품 스카프를 받고 전별금 챙기고 자식 취업까지 청탁한 조선일보 기자들의 타락과 기사 거래 관행부터 공개적으로 반성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선일보 전‧현직 간부들이 홍보대행사로부터 금품 등을 받고 ‘기사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을 비판한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12일 해당 기사 발주처가 드러났다는 보도 이후에도 해당 시리즈 보도를 멈추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3일 1면(“TV프로, 사실보다 정파적 주장 쏟아내”)에서 다시 서울대 보고서를 인용해 MBC ‘스트레이트’와 KBS ‘오늘밤 김제동’의 편향성 지수가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또 6면 기사에 윤 교수 인터뷰를 싣고 11일과 12일에는 밝히지 않았던 발주처를 밝히고 “엄정하고 독립적으로 연구했다”는 윤 교수 입장을 전했다.

▲ 조선일보 13일 6면.
▲ 13일 조선일보 6면.
조선일보는 윤 교수 인터뷰 말미에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 연구재단”이라며 “연간 4~5개의 언론 관련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연구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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