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씨의 망발에 멍석을 깔아준 자유한국당 공청회 논란이 일파만파 번진 가운데 입법을 통한 형사처벌까지 추진되고 있다.

지난 8일 김진태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에 발제자로 나선 지만원씨는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이었다”며 북한군 침투설을 다시 꺼내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 특별위원회는 1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정보를 유포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12일 1면에 “한국판 ‘홀로코스트 부정 처벌법’ 만들 때 됐다”는 기사를 내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이 광주 금남로에서 한 시민을 연행해 탱크 앞에 무릎을 꿇리고 있다.  @연합뉴스
▲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이 광주 금남로에서 한 시민을 연행해 탱크 앞에 무릎을 꿇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만원씨의 망언은 사실과 다를뿐더러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형사처벌하는 데 전문가들은 혐오표현의 잣대로 바라볼 것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한겨레는 12일 “우리와 달리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거나 나치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에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며 ‘홀로코스트 부인’을 금지하는 독일을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이와 관련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규제 필요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형사처벌은 과한 면이 있다”며 “독일의 경우 단순히 홀로코스트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유대인에 차별과 폭력 선동으로 이어지고, 현재도 인종차별 문제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련 표현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중요한 역사를 부정했다는 이유로 처벌해야 한다는 접근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보면 상대 진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향한 모욕을 금지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역사왜곡이지만 이 발언이 사회적으로 5.18 유가족과 해당 지역 사람들, 즉 소수자에게 차별을 야기한다면 혐오표현 범주에서 다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영상.
▲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영상.

그렇다면 5·18 북한군 침투설은 주장은 혐오표현일까. 홍성수 교수는 “중요한 요소는 현재성이다. 해당 발언으로 현재  5·18 당시 피해자와 유가족, 나아가 광주 사람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규제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근거가 될 수 없다. 현재 상황은 혐오표현 여부를 살피는 논의는 거의 없는데 처벌만 강력하게 하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도입한다면 기준을 정할 때 혐오발언,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외의 발언은 기존 제도를 정비해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로 가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규제를 도입하되 신중하게 기준을 정하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다른 제도의 개선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5·18 왜곡을 혐오표현으로 다루더라도 강력한 처벌이 최선은 아니다. 홍성수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표현을 형사처벌 할 때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형사처벌 범위를 넓게 잡으면 과도한 대응이 될 수 있고, 협소하게 잡으면 처벌을 피하는 발언이 오히려 용인되는 딜레마가 있다. 형사처벌로 기준이 정해지면 이를 피하는 수준의 발언으로 처벌을 우회하면서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표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2일 ‘시시각각’ 칼럼을 통해 “악(惡)은 성실하다. 1㎜의 작은 빈틈도 놓치지 않고 악착같이, 지능적으로 파고든다. 진실을 검찰과 법정에만 맡겨선 안 되는 이유”라며 “진실이 중요하다면 그만큼 더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각자 선 자리에서 차갑게 분노하고, 우리의 성실함으로 악의 성실함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싸움이 법적 대응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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