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가 뜨겁다. 불을 지핀 건 지난달 15일 SBS ‘끝까지 판다’ 보도이다. 당시 여당 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안에 대규모 건물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SBS의 한 기자는 보도 이후 방송에서 ‘우리는 투기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SBS는 ‘국회의원이 조그만 도시에 건물을 많이 샀다’라고만 보도 했는데 시청자들이 투기라고 읽은 셈이다.

투기 의혹은 공인의 이해충돌 금지 논란으로 넘어갔다. 수많은 뉴스가 쏟아졌다. 구입했다는 건물은 날이 새면 늘어났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찾아냈다며 새로운 숫자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인터뷰는 넘쳐났고, ‘이해충돌이다, 아니다’보다는 ‘투기다 아니다’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것처럼 보이는 가족들의 말도 등장했다.

▲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손혜원 의원 측근의 수상한 건물 매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손혜원 의원 측근의 수상한 건물 매입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 사이 여야 정당에서는 공격과 방어의 단어들이 쉴 새 없이 오갔고, 어김없이 언론을 통해 다시 재생됐다. 의혹은 제기됐고, 제기된 의혹들은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에게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확정된 사실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목포MBC가 주목한 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 보도가 맞는 사실인가였다. 언론의 의혹 제기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보도를 해야 하고 사실 관계를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2배에서 4배 뛰었다거나 목포 원도심을 ‘손혜원 타운’ ‘손혜원 랜드’라고 명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해당 언론사가 있는 곳이나 도시를 언론사 이름을 따서 ‘○○랜드’ ‘○○○타운’이라고 부르는가.

야행사업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도, 등록문화재 사업도 모두 특정 정치인이 목포를 위한 입김을 불어 넣었고, 자치단체와 문화재청은 빠져 있던 건물을 문화재 구역 안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보도됐다. 목포의 모든 것이 특정 정치인 한 명의 힘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인가, 수십 년째 20만 명이 조금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쇠락한 도시여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거대한 중앙의 언론들은 지역에서는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과 관련한 상당수의 뉴스는 ‘보도 참사’로 기록될 수도 있다.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 인용 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고, 제목만 그럴싸하게 해서 별 관계도 없는 예전의 뉴스로 이른바 ‘낚시’를 하는가 하면, 이미 나왔던 뉴스를 단독으로 내보내는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등록문화재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으로 지켜오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취재 기자가 전화 한통이면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이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내보내는 뉴스는 사회적 공기가 아닌 흉기로 상처와 분열, 아픔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유행어가 된 ‘이해충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찬성한다. 나아가 공인의 행동이 어디까지 공익의 범주에 들 수 있는지조차 깊은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관련 법률 등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됐으면 좋겠다. 또한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으로 문화자산이 산재한 지역들이 기념이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 다시 되살아나 콘크리트 대신 사람의 숨결이 넘치는 도시 회춘을 맞았으면 좋겠다.

▲ 박영훈 목포MBC 보도부장
▲ 박영훈 목포MBC 보도부장
그런 바람과 함께 언론사와 기자들이 입맛에 맞는 보도를 위해 특정 면만 부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부분만 쏙 빼고 내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주장을 받아쓰더라도 인용하는 자료가 있다면 인용 자료의 사실 확인만은 거쳤으면 좋겠다. 잘못된 보도였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보도가 있었으면 사실대로 인정하고 개선했으면 좋겠다. 다면체의 진실을 한 면만 강조해서 왜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그래야 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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