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CBS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은 강민주 PD가 지난달 29일 미투 1년을 맞아 KBS와 인터뷰하자 CBS 측이 해당 보도를 문제 삼으며 강 PD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이날은 서지현 검사가 1년 전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미투 운동을 촉발한 날이다. 이에 KBS는 뉴스9 “쫓겨나고 외면받고…‘미투’ 피해자 고통은 진행형” 리포트에서 미투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 3명을 인터뷰했다. 강 PD는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꼼꼼하게 증거자료를 수집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의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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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방송 CBS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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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해당 리포트에서 강 PD를 다룬 부분은 이렇다. 기자 멘트로 “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 삼다 해고당한 강민주 전 PD도 아직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했다”며 “부당 해고를 인정받았지만 가해자와 따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이어 강 PD가 KBS에 “네가 버티고 다녀보든지 아니면 제 발로 나가라는 그렇게 저는 실질적으로 받아들여졌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CBS는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현재(변호사 손수호·정도훈·성희진)를 통해 KBS 뉴스의 사실관계를 문제 삼으며 강 PD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 현재 강 PD와 CBS는 인권위 권고를 바탕으로 복직 협상을 하고 있다. CBS는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내 규정에 따라 강 PD 인터뷰를 문제 삼았지만 강 PD 입장에서 사측의 압박 수단으로 느낄 수 있다.

CBS 측은 KBS에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지적했지만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BS는 KBS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할 예정라고 밝혔다.

▲ 지난달 29일 KBS 뉴스9에 출연한 강민주 PD(왼쪽). 사진=KBS 화면 갈무리
▲ 지난달 29일 KBS 뉴스9에 출연한 강민주 PD(왼쪽). 사진=KBS 화면 갈무리

CBS는 “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 삼다 해고당했다”는 KBS 기자 멘트에 전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을 근거로 “채용부적격 통보 과정에서 거부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로 부당해고가 인정됐다”고 반박했다. 성희롱을 문제제기해 해고당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뜻이다.

CBS는 “가해자와 따로 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KBS 기자 멘트에도 “가해자들은 경남CBS 발령나거나 CBS본사로 복귀해 전남CBS에는 현재 가해자들이 남아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를 근거로 CBS는 “허위를 보도하게 해 CBS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해 명백한 해사행위이며 진정 CBS에 복직해 성실하게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며 CBS 면담 이후 KBS 기자와 접촉해 인터뷰한 이유과 목적, 인터뷰를 CBS에 알리지 않은 이유 등을 묻고 오는 13일까지 서면 답변을 요청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노컷뉴스
▲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노컷뉴스

하지만 인권위 결정문 등을 보면 CBS 주장과 다른 내용도 나온다.

인권위는 부당해고와 성희롱 문제제기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인권위는 “강 PD에 대한 1차 부당해고가 성희롱 문제제기와 무관하지 아니한 정황들이 보인다”며 “전남지노위에서도 채용거부(해고)가 강 PD의 성희롱 문제제기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성희롱 가해자이자 인사권자인 윤승훈 전 국장이 강 PD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줬는데 인권위는 “평가결과가 채용거부(해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CBS가 가해·피해자 분리가 이뤄졌다고 반박했지만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윤 전 국장은 경남CBS에 1년 파견에 불과하다. 조아무개 이사는 여전히 지역사회에 남아있어 완벽하게 분리됐다고 보기 어렵다.

인권위는 전남CBS 구성원들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고 전남CBS 운영이사가 강 PD를 비난했으며 운영이사회 등이 지역유지로 구성된 점 등을 고려해 “지역사회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는 시사 PD로서 근무환경이 악화될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CBS는 인터뷰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CBS 사내 규정을 보면 개명·주거이전 등 신분상 변화가 있으면 회사에 신고해야 하고, 직무 관련 기고·출연 등을 사전에 허가 받도록 할 뿐 직무와 무관한 피해사실 인터뷰를 사전에 알리는 규정은 없다.

최근 CBS와 강 PD는 병가 중인 강 PD가 통원 치료를 끝낸 뒤 강원도 춘천에 있는 강원CBS에 복직하는 안을 두고 협상 중이다. 전라도 지역에는 전남CBS 관계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주, 광주 등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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