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가 선보인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정규편성 전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실험적으로 방영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MBC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 조건에 맞춰 연예인이 집을 찾아주는 부동산 중개 예능으로 주목받았다.

17세부터 자취 생활을 한 연예인 박나래씨와 서울 생활 24년 동안 이사만 20번 경험한 김숙씨가 각각 팀장을 맡아 동료 연예인과 함께 집을 보러 다닌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해 원룸을 찾는 신입생,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신혼부부 등이 각자 조건을 제시하면 각 팀이 부동산 매물 3~4개를 직접 찾아 추천한다.

지난 4~5일 방송된 에피소드 4편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4.9%(1화), 6.3%(2화), 5.1%(3화), 6.7%(4화)로 집계돼 좋은 성적을 냈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상도동 협소주택’, ‘서울대 복층 원룸’, ‘남양주 타운하우스’ 등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관심을 끌었던 만큼 비판도 있었다. 경관에 큰 비중을 두고, 계약 때 고려할 생활 정보가 부족한 점이 지적됐고, 일각에선 부동산 앱과 타운하우스 PPL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밖에 부동산이 고액이라 위화감과 박탈감을 준다는 의견, 부동산 거품 조장 아니냐는 우려도 적진 않았다.

관심과 우려 속에 ‘구해줘 홈즈’ 정규편성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윤화 PD에게 기획 의도와 여러 우려들에 의견을 물었다. 이 PD와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전화로 진행했다.

▲ MBC ‘구해줘 홈즈’ 영상 갈무리
▲ MBC ‘구해줘 홈즈’ 영상 갈무리
-연예인들이 집을 구해준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이윤화 PD : “뻔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작년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저는 회사 근처에서 월세로 오래 살았는데, 갑자기 집을 구하려고 하니까 어느 동네에 어떤 집이 있는지 아는 게 없었다. 누군가 대신 다양한 조건에 맞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집을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기획안을 쓰는 시기여서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넓고 특이한 집을 둘러보는 방송이 많다. 한국은 땅이 좁고 주거 문화가 아파트 위주라서 이런 프로그램에 매력이 있을지 우려도 있었다. 우리는 집 이야기 할 때 보통 ‘어디 아파트는 얼마짜리’라는 식으로 말한다. 즉 투자 개념 위주다. 방송을 통해 그런 이야기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잘 맞고 내 라이프를 완성하는 수단으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송에 협소 주택, 퍼즐 주택, 타운하우스,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온다. 아파트보다 다른 주거 형태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의뢰인을 위한 집을 찾다 보니 예산이 제한됐다. 조건에 맞추다보니 아파트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야 했다. 방송에 내보낸 집들은 사전 조사 당시 제작진들 사이에서 ‘여기서 살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개성 있으면서 예산도 적당한 집 위주로 보여주게 됐다. 제작진들이 아파트나 획일화한 집보다 다양한 집 형태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협찬 의혹이나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협찬 의혹에 억울한 부분이 있다. 제작진들이 먼저 집을 본 뒤 출연자들에게 리스트를 보내드렸다. 이후 출연자들이 직접 집을 보고 체크했다. 출연자 본인들도 자신들 이름을 걸고 추천하는 것이라 진심으로 자기 마음에 드는 집을 골랐다. 출연 연예인들도 추천을 위해 방송 중 30분 넘게 고민하다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 출연자분들께 리스트를 만들어줄 때도 부끄럽지 않은 것을 드리려 했다. 더 많은 집을 더 다양하게 찾아보지 못한 점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홍보를 위해 끼워 넣은 집은 없었다. 

방송이 나가고 등장한 거의 모든 집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사람들이 방송에서 소개하는 집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집이 실구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비가 부족해 앱 등 PPL을 방송에서 소화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방송에 나온 집 흥미 있게 봤는데 알고 보니 홍보였어!’라는 배신감을 주고 싶지 않아 부끄럽지 않게 추천했다.”

-특히 남양주 타운하우스 편에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댓글도 있었다.

“전혀 없었다. ‘커넥션’은커녕 남양주 부동산 사장님들에게 모두 출연료를 드리고 섭외했다. 제작진이 남양주 집을 처음보다 보니 흥미로운 매물이 많았다. 그래서 남양주 집들을 많이 보여준 면은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선정 기준이 분명 있고 출연자들 사이에서도 그들이 납득할 만한 물건을 골랐다. 앞으로 더 많은 매물을 보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집에 대한 실질적 정보보다 경관을 강조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사역으로 출근하는 의뢰인 편을 찍을 때, 남양주에서 신사역으로 실제 출근하는 모습을 촬영하려 했는데 시간이 촉박했다. 다음 촬영 땐 실제 거기에 살면 어떤지 또 거주하는 사람의 정보나 실질 정보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MBC ‘구해줘 홈즈’ 영상 갈무리
▲ MBC ‘구해줘 홈즈’ 영상 갈무리
-아무래도 집이 고액이다 보니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말도 나왔다. ‘3억이 누구네 강아지 집 이름이냐’는 식의 반응도 있었다.

“실제 저도 종로구 시세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만큼 사람들은 큰 액수의 대출을 받고 집을 찾고 있다. 그러나 방송으로 현실을 보여주자는 취지도 있었다. 저 역시 시세를 보고 많이 놀란 사람 중 한 명이다. 앞으로 조금 더 저렴한 집들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4화까지 여러 의뢰인이 나왔다. 그 가운데 실제 계약한 사람들이 있는지?

“사실 의뢰인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화면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바로 계약이 성사되진 않더라. 의뢰인들은 ‘좋은 집을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지만 집을 산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큰 결정이어서 쉽지 않은 것 같다. 서울대 원룸을 구했던 의뢰인은 아직 기숙사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계약하는 의뢰인을 방송에 담을 수 있길 바란다.”

-정규편성이 된다면 출연진들은 그대로 가는 건가?

“아직 확정할 수 없다. 박나래씨나 김숙씨의 경우 원룸에서 시작해 실제 이사를 많이 다녀본 분들이다. 그런 분들로 섭외하려 했다. 이사를 많이 다녀본 경험이 있어야 ‘집 보는 기준’을 알려줄 수 있고 또 좋은 집을 추천해 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출연진들은 ‘어떤 지방에 가보고 싶다’, ‘어떤 집도 보고 싶다’는 식으로 적극 의견을 주셨다. 새 인물을 추가한다고 해도 실제 집에 관심 있는 분들로 채워나갈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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