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조선일보의 ‘기사거래’ 정황을 폭로했다. 뉴스타파는 로비스트 박수환씨의 문자내역을 입수해 언론계 인사와 로비스트간의 부적절한 거래를 연속보도하고 있다. 박수환씨는 기사 청탁 대가로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에게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2월 징역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뉴스타파는 1일 보도에서 “송희영 전 주필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조선일보 기자와 박수환 뉴스컴 대표 사이의 문자에서 기사 거래 흔적이 발견됐다. 확인결과, 대부분 부장급 이상 간부고 송 전 주필 외엔 모두 현직에 있다. 이들은 박수환 대표가 자신의 고객사와 관련된 민원을 청탁하면,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박 대표의 청탁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왼쪽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오른쪽이 박수환씨.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왼쪽이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오른쪽이 박수환씨.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기자칼럼 지면을 이용해 박씨를 도왔다. 2013년 9월 “크라운 베이커리와 군산 이성당의 차이점”이란 제목의 김영수 당시 조선경제i 대표 기명칼럼에선 파리바게트를 언급하며 정부의 프랜차이즈 빵집 규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파리바게트 그룹사 SPC는 박수환씨가 관리하는 고객사였다.

뉴스타파는 “박수환은 회사 메일을 이용해 김영수 대표에게 칼럼 원고를 보냈고, 3주 뒤 김영수 대표는 SPC에 유리한 칼럼을 조선일보 지면에 실었다”고 보도했다.

9개월 뒤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김 대표가 쓴 칼럼 제목은 “동반성장委에 박수 치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같은 외국계 기업 때문에 파리바게트 같은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SPC에 유리한 칼럼이었다.

2014년 7월 조선일보에 게재된 김영수 대표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제목의 칼럼도 “CJ 등 대기업 총수 구속으로 경제가 불황이니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는데, 역시 이 칼럼에도 박수환씨와 칼럼의 수혜자인 CJ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박수환 문자’에서 확인됐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이 칼럼은 CJ측이 박수환씨에게 요청해 만들어졌다. 박씨의 부탁을 받은 김영수 대표는 칼럼의 발제상황, 인쇄 진행상황 등 조선일보 내부의 은밀한 사정까지 박씨에게 전달했다. 당시 박씨와 관련문자를 주고받은 CJ고위관계자는 문자내용을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기업청탁을 ‘독자의견’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2014년 4월 실린 “한국형 전투기, 빨리 날 수 있게 해야”란 제목의 기고는 양아무개 전 국방대학 교수가 썼지만 기고의 배후에 GE(제너럴일렉트릭사)가 있었다. 게재 5일 전 조아무개 GE 전무는 박수환씨에게 기고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냈다. 박씨는 이를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에게 전달했다.

당시 조아무개 전무는 “이달 안에 엔진 개수 등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기고가 늦게 게재되면 소용없다”고 적었다. 2013년과 2015년 조선일보에 실린 한국형 전투기 관련 다른 칼럼도 같은 방식으로 게재된 정황이 ‘박수환 문자’에서 확인됐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박씨의 부탁으로 이 칼럼들을 지면에 실어준 이는 김영수 디지틀조선일보 대표와 조선닷컴 프리미엄뉴스 부장을 지낸 조선일보 윤영신 논설위원이었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김영수 대표는 자신의 담당도 아닌 독자 기고문 게재 청탁을 받은 후 박씨에게 “부탁을 빨리 못 들어줘서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조선일보 청탁을 받고 해당 기고문을 써 보냈다는 한 교수는 조선일보에 실린 자신의 글을 보고 “조선일보에서 청탁해서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써서 보냈는데 엉뚱하게 글을 잘라서 내보내 항의를 했다”며 황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GE측은 “최종 게재여부는 언론사 고유한 편집 권한”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조선일보는 박씨가 원하면 기사를 빼주거나 보류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박수환씨가 주고받은 문자의 한 대목은 이랬다.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대우 빼라 했음다”(송희영)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박수환)

“사회면 톱을 일단 2단 크기로 줄였음다”(송희영)

뉴스타파는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사를 빼도록 조선일보를 움직였고, 신문지면에서도 기사 크기를 축소하도록 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내용”이라고 전한 뒤 “실제로 이 문자가 오고 간 다음날 조선일보에는 문자내용과 똑같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기사가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2014년 7월 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와 박수환씨가 주고받은 문자의 한 대목은 이랬다.

“대표님 기사 좀 내려 주시옵소서 완전히 ○○○편이네요” (박수환)

“넵 걱정마셔요” (김영수)

이처럼 박수환씨에게 조선일보는 언론사라기보다는 고객사를 위한 영업수단에 가까웠다.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김영수 대표는 “기명 칼럼은 부탁받은 것과 상관없이 소신대로 쓴 것이다. 박수환 대표의 요청을 받고 기사를 보류한 사례는, 처음 작성된 기사가 한쪽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어 양측 입장을 모두 반영하도록 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윤영신 논설위원 역시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억측이라며 모두 부인했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이 같은 기사거래 정황에 대해 “누가 내 전화를 이게 사무실에 두고 그러면 잘못 사용할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내가 그걸 뭐 누가 허리에 묶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나”라며 가장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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