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씨와 댓글 순위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법정 구속됐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지사의 구속을 바라보는 시선을 비교해봤다. 김관진 전 장관 구속 사안과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관점도 살펴봤다.

보수신문은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에는 ‘김관진은 안보의 간판’, ‘김관진은 김정은이 가장 싫어했던 인물’ 운운하며 인간적 면모와 업적을 강조하면서 구속이 과도하다는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이번 김 지사의 구속은 마땅한 일이라는 논조의 사설 등을 실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심각한 사건이라고 봤다. 31일 사설 ‘文 최측근 金지사가 大選(대선)여론 조작 사실상 주범이란 판결’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규모는 무려 8840만회에 달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41만 회)의 수백 배 규모다. 국정원 댓글은 댓글 조작의 무대가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이트 위주였다”며 드루킹 댓글 사건이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심각하다고 봤다.

▲ 31일 조선일보 사설.
▲ 31일 조선일보 사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보기관이나 군처럼 공무원이 개입한 사건이고, ‘드루킹’ 사건은 민간 차원이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관점(관련 기사: 박훈 변호사 “국정원 대선개입과 드루킹 완전히 달라”)도 있으나 조선일보는 ‘드루킹’ 사건이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댓글수가 많다며 심각한 사안이라고 쓰거나, 혹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31일 사설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범죄이지만 민의를 왜곡하고 선거제도를 훼손했다는 본질은 두 사건이 다를 게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 조선일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도했을까.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이 구속됐던 당시 그의 인간성을 부각하는 기사를 썼다. 2017년 11월15일 1면 “김관진이 영장심사때 한 마지막 말 ‘모두 내 책임…부하들은 잘못 없다”기사에서는 김 전 장관을 마치 부하들을 위해 희생하는 리더처럼 묘사했다. 

이 기사는 “국정 농단 사건이 시작된 뒤 국민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수감자를 많이 봤다. 그중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운 사람은 김 전 장관이 처음”이라고 썼다. 이어 “많은 사람에게 그의 구속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그는 지난 10년 이상 대한민국 안보의 간판이었다. 그런 그가 정권 교체와 함께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고 동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 2017년11월15일 조선일보.
▲ 2017년11월15일 조선일보.

김관진 전 장관이 구속됐을 당시 조선일보는 구속 자체를 비중있게 전하지 않았다. 2017년 11월 11일 토요일에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은 구속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신문이 나오지 않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13일 지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11월13일 1면 “MB ‘軍, 정보기관이 불공정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런 적폐청산은 개혁 아닌 감정풀이 정치보복”기사에서 마지막 문단에 김 전 장관의 구속을 간단히 알렸다. 5면 “김관진 이어 다음 타깃은 이동관 前홍보수석”기사도 김 전 장관의 구속이 주제인 기사는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김 전 장관의 구속 사안 자체에 대한 보도는 적게 한 것과 달리, 구속 기간 중이나 구속적부심사 이후 석방 때는 집중 보도를 했다.

▲ 2017년 11월13일 중앙일보.
▲ 2017년 11월13일 중앙일보 칼럼 중 일부.

중앙일보는 2017년 당시 직접적으로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을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2017년 11월13일 전영기의 시시각각 ‘김관진, 감방에 보내야 했나’가 대표적이다.

이 칼럼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김정은이 제일 싫어했던 사람이다”로 시작한다. 이 칼럼은 “김관진이 7년이란 긴 세월을 고위직인 국방장관, 안보실장으로 살면서 항상 모든 절차와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라며 “단호한 댓글을 지시했다고 해서 정치관여죄를 적용한 건 과하다”고 썼다. 이어 이 글은 “벌은 죄의 크기에 비례해야 정의가 된다.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 김관진을 감방에 보낸 진짜 이유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잡아넣기 위해서라면 정치보복, 표적수사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썼다.

이런 관점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다. 동아일보는 2017년 11월15일 사설 ‘前정권 국정원장 셋 다 구속하면 누가 웃을까’에서 “11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재임 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으로 통했던 인물”이라며 김관진 전 장관과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구속이 지나치다고 썼다.

▲ 31일 동아일보 사설.
▲ 31일 동아일보 사설.
반면 이들 신문은 김 지사의 구속에는 집권세력의 ‘통렬한 반성’을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1월31일 사설 ‘김경수 댓글 조작 법정구속, 집권세력 통렬히 반성해야’에서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1심 유죄 판결이 내려진 만큼 집권 세력은 겸허히 수용하고 무작정 김 지사를 감싸고돈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 31일 중앙일보 사설.
▲ 31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지난 1월3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에는 사설 ‘오직 법리만으로 진실 밝혀야’한다고 썼다. 이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도 실형을 선고한 것은 증거와 법리에 입각한 결론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권 교체에 기여했던 최측근의 선거 부정이 사실이라면 향후 대선의 공정성은 물론 대선 결과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들 신문은 국가기관을 이용한 댓글 조작에 연루된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서는 그의 업적을 들먹이며 구속이 과하다고 쓴 칼럼을 게재했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 구속이 온당하며 더 나아가 대선의 공정성 논란을 들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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