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 판결문을 보면 형사사건인데도 주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를 통해 추정하거나 다른 공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측의 변호인은 특검과 드루킹측의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진술만 수용한 황당한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도 핵심쟁점에 대해 특검측과 변호인측은 다시 치열하게 법리논쟁 뿐 아니라 사실관계에 관한 논쟁도 벌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의 김경수 지사 컴퓨터장애등업무방해와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에는 우선 전언(전문:전해들은 얘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드루킹(김동원)로부터 김경수가 지시했다거나 승인했다고 말한 사실을 들었다는 점에 관한 회원들의 각 진술은 김경수가 실제로 그러한 지시 또는 승인을 했는지에 관한 직접적인 진술증거로는 전문법칙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지만 김경수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간접사실에 관한 정황증거로서는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드루킹이 김경수 지사에게 1년5개월 간 온라인 정보보고 및 기사목록 8만 건 정도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유죄의 근거 : 킹크랩 시연…로그기록, 정보보고 설명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이 개발한 킹크랩의 존재와 운용을 알고 있었는지를 두고 재판부는 김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9일 드루킹 사무실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킹크랩을 시연한 것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킹크랩’이란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뉴스의 댓글에 많은 양의 공감 또는 비공감에 동시에 반복적으로 클릭하도록 제작된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재판부는 당일 로그 분석과 관련해 “김경수에 시연했다고 ‘추정되는’ 2016년 11월9일 20시7분15초경부터 20시23분53초경까지 사이에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로그 내역과 그에 대한 분석결과…3개의 아이디가 포털 뉴스 기사 댓글 페이지에 접속해 댓글에 대한 공감 버튼을 자동으로 클릭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경수 지사 측이 “위 3개 아이디 가운데 한 아이디의 경우 같은날 20시20분52초부터 20시24분06초 사이에 유선 IP로 동시에 접속된 내역이 확인되므로 ‘둘리’(경공모측 ID) 우아무개가 시연을 한 것이 아니고 테스트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해왔다. 재판부는 “유선 IP접속 로그는 킹크랩 개발로 인한 접속 로그가 아니라 다른 용도로 PC를 사용한 내역으로 보일 뿐이어서 ‘둘리’가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드루킹이 당시 김경수 지사에 브리핑을 할 때 ‘201611 온라인 정보보고’를 제시하면서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정보보고’ 내용을 두고 크게 ‘1. EK조직 2. 포털(뉴스) 상황 3. 보안수준, 4. 킹크랩 <극비>’ 등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으며 온라인 여론의 조작 위험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이 사건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킹크랩 프로그램의 개발 필요성 및 그 주요 내용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온라인 정보보고가 작성된 시각의 경우 최종 수정 시점이 같은 날 17시2분이고, 인쇄시점은 같은 날 16시55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제시했다.

드루킹 둘리 등 경공모 회원들의 일관된 진술

또한 재판부는 드루킹과 둘리 우아무개를 비롯한 다른 회원들이 당일 킹크랩 프로토타입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연했고, 드루킹으로부터 며칠 전부터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을 증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을 두고 “수사기관에서 시연에 관한 로그내역이 제시되거나 피고인 방문날짜가 2016년 11월9일로 확인되기 전부터 일관돼 온 진술인데다 위와 같은 진술 내용은 다른 객관적 증거로 확인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무턱대고 거짓 진술을 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미 (김지사 방문 이틀 전에 6단계 동작이 완성됐는데) 굳이 김 지사가 방문한 날 20시7분경부터 20시23분까지 16분에 걸쳐 시연이 아닌 테스트한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스스로 드루킹 진술에 허위라 의심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드루킹 등의 진술 중에 피고인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등 허위라고 의심할 만한 진술이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 만으로는 객관적인 사정에 부합하는 진술들까지 그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할 수는 없고, 일부 과장되거나 허위인 부분이 있다고 해 그 진술 전부가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드루킹이 2017년 5월1일 내부 전략회의에서 ‘온라인 정보보고에 대한 김경수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한 것을 들어 “이는 피고의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2016년 11월25일자 및 12월13일자 12월28일자 지정학 보고서를 보내면서 ‘온라인 정보보고를 보내드립니다’ 또는 ‘온라인 정보보고는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는데, 메시지를 받은 김 지사가 특별한 반응을 보인 바 없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응이 있으면 있다고 증거로 쓰고, 특별한 반응이 없어도 자연스럽다고 증거로 쓴 것은 일관성이 결여된 논리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온라인 정보보고가 자동삭제 기능에 의해 삭제된 것을 두고 “이 기능은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해야 작동하는 것”이라고 했고, 김 지사가 2017년 7월21일 온라인 정보보고 메시지에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드루킹에 보냈다는 점을 들어 모든 정보보고를 다 확인하고 킹크랩 조작범행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추정했다.

재판부는 매일 보내준 기사목록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김 지사도 경공모 회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댓글작업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며, 킹크랩에 의한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짐작했다.

공모관계를 두고 재판부는 “킹크랩 개발 및 운용에 휴대전화기 및 유심칩 수집 비용, 통신비, 킹크랩 운용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인건비 등 거액의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승리의 이익을 볼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김 지사의 허락이나 동의없이 이러한 불법적인 일을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저지른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의 범행을 지배했다는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드루킹으로 하여금 김 지사의 댓글작업에 대한 인식과 관심의 정도를 확인하게 하고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작업을 포함한 협력관계를 지속하게 함으로써 드루킹 댓글작업을 지속적으로 승인하고, 이를 계속하도록 묵시적으로 독려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경수 변호인 “황당한 판결, 오락가락 드루킹 진술만 믿어…논리모순”

이를 두고 김경수 지사의 변호인인 오영중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황당한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2016년 11월9일 김 지사에게 킹크랩 시연을 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로그기록을 두고 “아이디 세 개중에 하나는 PC로 다른 곳에 접속을 했다는 것인데, 시연이었다면 아이디를 갖고 같은 시간에 다른 접속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안느냐. 이는 재판장도 의문을 많이 표시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형사재판은 민사재판과 다르다. 엄격한 증거에 의해 유죄 판결을 해야지, 판결문 전반적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판단으로 형사재판을 해서는 안된다. 이번 판결에서 직접 증거는 하나도 없다. 김 지사가 시연을 봤다는 것은 간접증거로는 유죄로 바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이런 간접증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증거로 제시한 것을 두고도 “둘리나 김동원의 진술증언인데, 그들 증언은 왔다갔다 했다. 법률적으로 오염된 것 있다. 시연당일 있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더구나 이들이 말을 맞추자고 ‘진술 모의’한 증거도 나왔다. 그런데도 그런 진술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서 보강증거로 선택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드루킹이 자필 반성문에 ‘집행유예 나올 수 있으면, 노회찬과 김경수를 구속할 수 있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쓴 편지도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 오 변호사는 “드루킹은 협조하면서 풀려나려고 했다. 이런 협상을 시도한 진술은 다 믿고 모두 유죄의 증거로 썼다”고 지적했다.

자신들 전략회의팀 채팅방에 김경수 지사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을 증거로 삼은 것을 두고 오 변호사는 “황당하다. 김동원씨는 상상력과 자기과시가 엄청난 사람이다. 과장하는 사람이라는 증언도 있었다. 김씨가 긍정적이라고 올리면 자기들끼리 끝이다”라고 말했다. 안종범 수첩과 같은 전문증거 논란을 빚었을 때와 대비하는 시각을 두고 오 변호사는 “안종범 수첩과 비교대상이 안된다. 그것은 업무일지 수준의 일지이고, 이것은 자신들이 과시하기 위해 이야기하기 위한 내용이다. 업무일지는 자체로 증거능력이 있다.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보보고에 아무 반응이 없었던 것을 김 지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재판부 판단에도 오 변호사는 “엄청난 논리의 모순”이라며 “반응했다고 해서 공모의 증거로 삼고, 반응이 없으면 자연스럽다고 공모의 근거로 쓰는 것은 모순이다. 일관된 논리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재벌개혁계획보고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기조연설문에 반영됐다는 주장에 오 변호사는 “황당하다. 그런 내용은 대선캠프 정책으로 쓸만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보낸 것을 갖고 유죄증거로 쓴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고 반박했다.

▲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호인인 오영종 변호사(법무법인 세광). 사진=팩트TV 영상 갈무리
▲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호인인 오영종 변호사(법무법인 세광). 사진=팩트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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