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도제식 수습교육이 개선돼야 한다는 논문이 나왔다. 이른바 ‘하리꼬미’(밤새 경찰서를 돌며 취재한다는 언론계 은어) 같은 구습이 사라지고 효율적 수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송상근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가 발표한 논문(‘수습기자 교육의 현황과 개선 방향 탐구’)은 수습기자 15명과 선배 기자 8명 등 총 2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기존 수습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논문은 언론사가 기자 교육에 의지와 투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기업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매출의 0.5%, KT는 매출의 1%, 삼성SDS는 1.12%를 교육 훈련비로 쓰는 반면 KBS는 0.15%, 중앙일보는 0.1%만 기자 교육에 투자했다. (이재경, ‘한국형 저널리즘 모델: 한국 저널리즘 선진화를 위한 성찰’, 2013)

송 교수가 기자 23명을 인터뷰한 결과 수습교육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구체적이지 않은 지시 △자기 취재와 수습교육을 병행하는 선배 기자 △수동성 키우는 군대 문화와 반인권적 관행 등이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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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들은 구체적 설명 없이 취재 현장에 투입된다. 한 신문기자는 “어떤 식으로 취재해야 하는지 지시 받지 못한 채 무작정 사건이 있는지 경찰서 각 부서를 돌아다녀야 했다”고 술회했다. 한 방송기자도 “1진이 집에 가지 말라고 지시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집에 들어가지 않는 걸로 알았다. 문서나 파일 형태로 안내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효율적 수습교육을 위해 첫째 수습기자가 선배기자 취재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선배기자가 취재원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대화하며 자료나 현장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수습기자가 직접 봐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수습교육을 담당하는 선배기자가 본래 업무와 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효율적 수습교육이 안 되는 이유로 꼽았다. 면담자 가운데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는 “체계적 교육 과정이 잡혀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기자들이 바쁜 탓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효과적 수습교육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언론사가 수습교육을 담당하는 기자를 따로 두거나 취재기자 업무를 교육기간 동안 덜어주는 것이다.

송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 언론 여건에서 수습교육 담당기자를 배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습기자 교육할 때 업무를 교대하는 방식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습교육에 전념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리꼬미’ 등 잠을 재우지 않는 방식도 수습교육이 비효율적인 이유다. 논문 면담자 가운데 한 통신기자는 “(기자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정제된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인데 왜 씻지도 자지도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 2시간 이상 잘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떤 취재원을 만난들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방송기자도 “수면 부족 상태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효율적인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군대식 문화, 반인권적 관행과 같은 수동성을 고착시키는 행태도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행위는 허위 보고 등 윤리적으로 용인되기 힘든 행위를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통신사 기자는 “다른 동기가 면피용으로 사건을 꾸며내 거짓 보고를 하고, 후속 취재를 하겠다고 해놓고는 낮잠을 잤다”고 비판했다.

효율적 수습교육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인격 모독이나 수면 부족을 개선하는 일이다. 논문에서 수습기자 외 다른 선배기자들도 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논문은 주 52시간 근무가 지난해 7월 도입됨에 따라 언론사 제작 과정과 인력 관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행화한 수습기자 교육 방식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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