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개선위(경사노위)에서 나온 일부 공익위원이 제시한 초안에 노동계가 “퇴행적 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사노위는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 등을 준비한다며 만든 노사정과 공익진영의 대화 테이블이다.

일부 공익위원은 지난 25일 초안에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해 노조도 부당노동행위의 규제대상이 돼야 한다”며 경영계 입장을 반영했다.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사용자로만 된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있다.

유니언 숍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유니언 숍은 채용한 노동자가 일정기간 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에서 제명·탈퇴하면 회사에서 자동 해고하는 제도다. 경영계는 유니언 숍이 노동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독소조항이라 주장해왔다.

공익위원 초안에 있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확대도 경영계의 요구다. 경영계는 교섭 횟수가 늘면 교섭비용이 늘어난다며 단협 유효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쟁의행위기간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안도 검토했다. 대체근로 허용 폭을 확대할수록 노조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장 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있다. 사업장을 점거할 경우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 침해받는다는 게 요지다. 공익위원들은 기존 판례에 있는 경우로 한정하자는 의견이다.

노조의 파업찬반투표 유효기간을 두자는 제안도 있었다. 영국의 경우 찬반투표 유효기간을 쟁의행위 시작 후 4주로 제한하고 있다며, 사용자 측이 파업기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한번 찬성투표를 하면 교섭이 끝날 때까지 투표결과가 유효하다.

▲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을 청와대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을 청와대에서 만나고 있다. ⓒ청와대

한국노총은 이날 공익위원 초안에 크게 반발하며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의 노사관계 제도 개악 시도를 비판하고 회의장을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이달 말 긴급 상임집행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대화 중단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의 이런 움직임은 경사노위 참여를 두고 오는 28일 대의원대회를 열 민주노총에도 영향을 줄 예정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사노위 참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민주노총 내부엔 여전히 경사노위 참여 반대파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도 공익위원 초안을 입수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들이 어처구니없는 퇴행적 개정안을 발표했다”며 “ILO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은 물론 그동안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개선을 요구했던 사항을 모두 누락한 반면 사용자단체에서 요구한 개악안은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공익위원안은 사용자의 노조탄압에는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라며 비판입장을 냈다. 이들은 “노사 간 쟁점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서 합의가 어려우면 마치 공익위원 안이 중립적인 양 포장하여 강행하는 것이 노동개악의 수순”이라며 “초안이라지만 대부분이 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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