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수거 현장 취재를 위한 김영미 시사IN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독립PD) 등의 승선 요청을 ‘불허’하자 PD들이 “취재를 가로막지 말라”며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22일 “외교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취재를 가로막지 말라”는 성명에서 “우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취재를 외교부가 허가하거나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지금이라도 김 PD의 취재지원을 촉구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김 PD 취재 요청에 “시사IN 뿐 아니라 어떤 언론도 승선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오후 11시20분경(한국시각)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한 배로 타고 있던 한국선원 8명 등 22명이 실종됐다. 오는 30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출발해 남대서양으로 떠나는 수색업체 탐사선에는 해양학자 1명과 선원 가족 1명만 탈 예정이다.

▲ 지난 2017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7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관련기사 : 외교부,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언론인 승선 불허’]

한국PD연합회는 “김 PD는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5차례나 시사IN 지면으로 보도하고 MBC ‘PD수첩’에 특종 영상을 공개하는 등 헌신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어떤 언론도 취재할 엄두를 내지 못할 때 거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진실을 밝힌 언론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인양이 불가능하다’며 외면할 때 인양 기술이 있다는 걸 밝혀 이번 수거 작업의 물꼬를 튼 장본인도 김 PD”라며 “이런 김 PD의 취재를 외교부가 가로막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자 지나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김 PD의 취재로 외교부가 진상규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모습이 드러난 점도 언급했다. 미국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일주일 뒤인 2017년 4월8일 대잠 초계기인 보잉 P-8 포세이돈을 사고 현장에 보내 수색을 지원했다. 해당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이 기름띠인지 구명벌인지 외교부가 확인해야 할 상황이었다. 김 PD 취재 결과 외교부는 이를 미국 측에 요청하지 않았고, 진상규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스텔라데이지호를 다룬 지난해 5월 제554호 시사IN 표지
▲ 스텔라데이지호를 다룬 지난해 5월 제554호 시사IN 표지

한국PD연합회는 “외교부가 이번에 김 PD 취재를 가로막는 게 혹시 자신들 책임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계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라며 “외교부는 해야할 일은 외면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태연하게 저지르는 모순된 태도를 버리고 취재에 협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외교부는 ‘두 달 간의 승선은 취재진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승선을 불허했다. 한국PD연합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그토록 중시하는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에는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느냐”며 “취재진 안전을 이유로 언론인의 의무를 봉쇄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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