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대한민국 패션의 중심은 명동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한혜자, 진태옥, 설윤형 등도 첫 출발은 명동의 작은 양장점이었다. 명동 땅값이 계속 올라가자 그들은 제3의 장소에서 패션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허허벌판이었던 청담동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에 파리 샹젤리제가 있듯, 우리가 한국의 샹젤리제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들은 당시로선 보잘것없는 청담동에 들어가 밭을 일궜고 건물을 올렸고 청담동 패션 거리가 형성됐다. 주변의 권유로 얼떨결에 땅을 샀다 건물을 올린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2019년 정초부터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투자한 전남 목포의 수십 채 부동산 때문이다. 투기냐, 아니냐는 비본질적인 논쟁이다. 손 의원이 부동산을 투자와 관련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느냐의 여부다.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데 따른 문제가 있다. 여기엔 세금이 들어가는 곳이다. SBS가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익 충돌 금지 원칙’(conflict of interest)에 어긋난다.

손 의원의 잘못은 이렇게 요약된다. 가족, 조카, 보좌관들에게 부동산을 사게 했다. 차명 거래인데, “차명이 있으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차명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의정활동 와중에 해당 지역을 강력하게 지원하도록 요구했지만, 그것은 다 목포를 위한 ‘선의’라고 강변한다. 목포 지역에서는 손 의원을 두둔한다. 손혜원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쇠락해가는 시골에 투자했겠느냐는 거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비용이 10억원 이상 들어간다며 그의 이런 행위를 두둔하기도 한다.

▲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20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이 20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언뜻 들을 때 헷갈린다. 문제는 그 지구에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손 의원 측이 사들인 부동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도 정확하게 다 파악이 되지 않았다. 추가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1일 보도에 따르면 손혜원 의원과 함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에 부동산을 보러 다닌 60대 여성과 그 가족이 해당 지역에 최소 7채의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보도됐다.

손 의원과 가까웠던 홍보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손 의원은 공적인 기업 PT 자리에서 자신이 취득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랑할 정도로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하면 될 것을 저렇게 놔두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SBS 음모론도 나온다. SBS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이 같은 보도를 사주했다는 거다. 현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은 SBS의 대주주 문제를 앞장서서 비판했던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10년 전, 그는 노조 위원장 시절 대주주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사측과 싸웠고 민영방송으로서는 드물게 90.9%의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 안까지 가결하며 대주주와 대척점에 서왔다. 그로 인해, 그는 노조위원장을 끝낸 뒤 현업 부서로 복귀한 뒤 유배지나 다름없는 부서를 전전했다. 그러다 방송사 최초로 사원들이 보도 책임자를 뽑는 임명동의제에서 93%의 지지로 보도본부장에 올랐다. 심 본부장 뒤에 대주주가 있다는 말은 그의 인생을 부정당하는 모욕적인 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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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목민관의 바른 자세’로 청렴한 자세를 강조했다. 청렴이란 관리의 본무요,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손 의원은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지위를 너무 손쉽게 연결했고, 이를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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