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이 역대 비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9일자 18회 방송에서 ‘SKY캐슬’은 22.3%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을 기록해 2017년 1월21일자 tvN 드라마 ‘도깨비’ 마지막회 시청률 20.5%를 넘어서며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록을 갈아치웠다. ‘SKY캐슬’의 첫 방송 시청률은 고작 1.7%였다.
‘SKY캐슬’은 수준 높은 극본과 연출로 9주 연속 시청률 상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16회 19.2%, 17회 19.9%를 기록한 뒤 18회에서 기어코 20%의 벽을 무너뜨렸다. ‘SKY캐슬’은 18회 방송에서 수도권시청률 24.5%를 기록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더욱 높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드라마의 주요한 플롯인 한국의 교육열은 미국만화 ‘슈퍼윙스’의 소재로 쓰일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아마 넷플릭스를 통해 ‘SKY캐슬’을 접하게 될 해외시청자들은 차민혁(김병철 분)의 집에 놓인 ‘거대 피라미드’와 전교1등 강예서(김혜윤 분)의 방에 놓인 ‘스터디큐브’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예서가 쓰는 이 큐브는 최저가 245만원으로 실제 판매중이다.
김주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려놓기 위한 입시수단이자 부모들 가슴속 욕망의 분신이다. 드라마는 사교육을 받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고, 친구들에게 필기노트를 보여주던 착한 우주(찬희 역)를 감옥에 보내버리는 식으로 현실을 묘사한다. 그리하여 ‘SKY캐슬’은 입시에 목메는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다큐멘터리이자 명문대 합격을 위해 달려가는 부모들의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는 1회에서 아들을 서울의대에 보내며 모두의 부러움을 받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 장면을 시작으로 죽음에 담긴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다 이후 예서의 경쟁자인 김혜나(김보라 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식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시즌제 장르물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들어맞았다.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1994년 ‘고교 자퇴생’ 서태지는 3집 앨범에 수록된 ‘교실이데아’를 통해 매일 아침 7시30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다며 절망적인 교육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선언한다. ‘SKY캐슬’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듣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비트’를 보면서도 입시경쟁을 뚫고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된 이들과, 이들을 동경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SKY캐슬’은 그저 과열된 입시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꿈이 없는 기성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 드라마는 아이들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 부모들을 위한 드라마다. 학력고사 전국1등에 서울의대를 나온 강준상(정준호 분)의 대사에 이 드라마의 핵심이 담겼다. 그는 어머니 앞에서 절규하며 이렇게 말했다.
‘흙수저’ 출신으로 서울대를 나와 차장검사를 거쳐 로스쿨 교수를 하고 있는 차민혁의 대사에도 역시 드라마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구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둥글다”며 아버지에 맞서는 자식을 향해 차민혁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도 젊었을 때 화염병 꽤나 던졌어. 하지만 청춘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 인생에서 중요한 건 우정·의리가 아니야. 니들 위치야. 피라미드 어디에 있느냐라고. 밑바닥에 있으면 짓-눌리는 거고 정상에 있으면, 누리는 거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계급’을 달고 살아갈 운명에 놓여있다. 그 끝없는 피라미드와 인정투쟁 속에 사회는 병들고 삶은 만신창이가 된다. 의사와 교수의 집안이 모여 있는 ‘SKY캐슬’도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다. 김주영의 말처럼, 우리는 “영영 나오지 못할 지옥 불”에 살고 있다. 입시 하나로 나의 평생의 삶이 ‘평가’받는 그 지옥 불이다. 그리하여 드라마 속 ‘SKY캐슬’은, ‘실패한 낙원’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실패한 낙원’을 탁월하게 묘사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