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유일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신문 스크랩’이었다. 반별로 담임선생님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기타 분야를 나눠 학생들에게 강제로 스크랩을 시켰다. 나는 ‘기타’ 분야였다. 아무 기사나 가위로 오린 다음 기사를 오린 이유를 쓰고 파일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하니 학교에서 상장을 줬다.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특징은 ‘초연결사회’다. 넷플릭스 같은 다국적OTT가 등장하고 유튜브가 기존의 미디어 문법을 파괴했다. 여기에 확증편향·가짜뉴스 이슈가 더해지며 디지털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았고 그럴 때마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보고서의 결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해 잘 모른다.

▲ [신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 원용진 등 저 / 한국언론학회 편 / 지금 / 2만8000원.
▲ [신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 원용진 등 저 / 한국언론학회 편 / 지금 / 2만8000원.
신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12명의 미디어리터러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관련 논의를 총집합한 책이다. 한국의 미디어교육은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내 미디어 교육은 산발적이거나 학교, 교사의 의지에 맡겨져 왔다. 이제 20년 전 신문 스크랩 이상의 시스템과 철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미디어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교육 현장에서 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자본의 관점에서 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유럽과 미국의 미디어교육법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 등을 담아 모두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있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관련 논의와 다양한 관점들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만으로는 미디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를 문제 삼는 다른 어떤 개혁, 운동과도 함께 연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한 “가짜뉴스의 근본 원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그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디지털 자본주의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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