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만날 예정인 대기업 중견기업 가운데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진‧부영‧대림 등 일부 기업이 초청명단에서 빠졌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물의를 빚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돼 그 배경이 의문이다.

청와대는 14일 발표한 자료에서 오는 15일 열리는 대기업‧중견기업과 만남인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대한상의가 추천한 대기업 대표 22명, 업종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인 39명, 대한상의 및 지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등 총 13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회장단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을 비롯해 지역에서는 허용도 부산상의 회장,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 등이 참석하고, 대기업을 대표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22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중견기업에서는 정몽원 한라 회장,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 우오현 SM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린다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진행으로 기업인과 청와대‧정부‧여당이 각종 현안을 자유 토론하고 질의·응답한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참석하는 기업인은 자산 순위 25위 이내 대기업의 대표들로, 대한상의가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상의는 대기업의 경우 자산순위를 고려했고, 중견기업은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을 추천했다”며 “상의는 사회적 여론에서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기업에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빠진 곳은 한진, 부영, 대림 세 곳이라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들 세 기업에 “사회적 여론,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걱정되는 점 고려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진은 총수 일가의 갑질 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 일으켰고,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횡령과 조세포탈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선고를 받았다. 대림 이해욱 부회장의 경우 운전기사 상습폭행과 일감 몰아주기로 검찰 고발을 검토하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은 사상초유 대통령 탄핵과, 구속, 본인 구속까지 낳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법정구속에서 풀려났을 뿐이지 뇌물죄로 항소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이 같은 ‘한진·부영·대림이 빠졌다는데, 삼성은 들어간 이유 궁금하다’고 지적하는 질의를 하기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정작 “질문은 명단을 작성한 주체가 대한 상의이다. 상의도 자료를 배포했으니 여기에 취재 부탁드린다”고 상의에 미뤘다.

▲ 지난해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8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한상의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은 포함시키려 했고, 이 부회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대통령과 만나고 북한도 가고, 올해 신년회에도 참석했으니 (그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에는 타운홀 미팅으로 자유로운 형식으로 질의응답을 하니 현장에서 실제 경영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가급적이면 모시려고 했다”며 “이를테면 이재용 부회장은 1·2심 재판 결과가 나와서 경영복귀를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부영의 경우 은 실형선고 받은 반면, 여론적으로 수용가능한 수준인지 모르겠지만 삼성은 신년인사회도 참석, 사회적 여론 고려했을 때 받아들이는 입장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까지 유죄 징역형 선고를 받은 인물이며, 그 죄질은 여느 경제사범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여론적으로 봐도 응당 (수용)하는 분위기 아니냐. 여론 수준이 용인하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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