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물귀신 작전이 성공했다. 성폭력 피해자에 2차 피해를 줘 심의를 받게 된 TV조선이 다른 방송사의 방송도 유사하다고 주장한 결과 MBC와 함께 중징계를 받게 됐다.

방통심의위는 10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과 MBC ‘실화탐사대’에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법정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 심사 때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중징계로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지난해 8월22일 강원도 한 지역에서 주민 7명이 발달장애인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가해자 중심의 인터뷰를 내보내고 ‘속마음 셀카’ 코너에서 진행자가 피해자에게 ‘반편이’와 ‘성적 악귀’라는 단어를 사용해 발달장애인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아 심의 상정됐다.

▲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지난해 8월22일 방영분에서 2차 피해 인터뷰를 내보내고 속마음 셀카 코너에서 진행자가 피해자에게 반편이와 성적 악귀라는 단어를 사용해 피해자를 비하했다. 사진= 민주언론시민연합
▲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지난해 8월22일 방영분에서 2차 피해 인터뷰를 내보내고 속마음 셀카 코너에서 진행자가 피해자에게 반편이와 성적 악귀라는 단어를 사용해 피해자를 비하했다. 사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해 11월8일 TV조선은 관계자들은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도 비슷한 내용을 내보냈다고 밝혔고 자유한국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도 대동소이한 주장을 했다. 따라서 방통심의위는 TV조선의 제재 의결을 보류하고 MBC, JTBC, 채널A도 함께 심의했다.

이 가운데 MBC는 TV조선 못지 않게 심각성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12일 MBC ‘실화탐사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의 자극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 9월12일자 MBC 실화탐사대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 MBC
▲ 9월12일자 MBC 실화탐사대 보도화면 갈무리. 사진= MBC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유해진 MBC 시사교양 4부장(PD)은 “피해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은 억울하다. 그분의 인권이 침해된 사실을 고발하고 장애 여성의 인권을 위해 제작한 방송이었다. 23년 PD 생활하면서 처음 나왔다.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억울한 점이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약하다. 원색적으로 표현을 썼다. 피해자에게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나. 이런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아도 방송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권추천 윤정주 위원은 “MBC는 유일하게 전문가가 이야기해서 좋았다”면서도 “문제는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화면 구성이 선정적이면 시청자는 화면을 오래 기억한다. 때리는 장면을 보면 사람들은 폭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성폭력 재연은 쓰다듬고 만지는 장면이 들어간다. 폭력을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성애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애화’는 쓰다듬고 만지는 행위가 폭력으로 보이게 하지 않고 성적인 행위로 보이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유해진 부장은 “방송하면 여론이 형성된다. 이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의식이 더 고양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원준 ‘실화탐사대’ PD도 “과도한 표현을 쓰고 마을을 돌아다닌 건 반성을 하겠다. 하지만 전문가 섭외 등 노력을 한 지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정주 위원은 심의가 끝난 후 “많은 언론사 기자분들이 이 자리에 오셨다. 체육계 성폭력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문제를 다룰 때 특정 개인의 사건에 대해 주목하기보다 왜 우리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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