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야당 의원들이 온라인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며 발의한 법안을 두고, 과잉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지난 10일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자유한국당 의원 8인, 바른미래당 의원 2인 공동 발의)이 지난해 12월28일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개정안 내용은 명예훼손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타인의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권리 침해 정보를 의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삭제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KT 등 통신사업자와 포털 사업자를 비롯해 영리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자를 포괄한다. 손지은 오픈넷 변호사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사가 기사 하단에 달린 댓글을 검열하고 이를 삭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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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은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의 정보 여부를 가리는 것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런 판단을 맡겨 정보를 검열하고 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의무 부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허위사실’ 뿐 아니라 ‘진실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고, 사실적시 없이 경멸적인 감정이나 의견을 표명해도 ‘모욕죄’가 성립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 상, 타인에 대한 부정적 언사가 조금이라도 있는 게시물은 불법정보로 분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보라면 모두 일단 삭제 대상으로 삼을 위험이 크고,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물까지 과도하게 규제해 국민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

이어 오픈넷은 “공적 인물이나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 사회 부조리 고발, 소비자 불만글 등 공익 기능을 하는 표현물 등의 정보들이 검열, 삭제의 직접적인 대상 정보가 된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및 사회적 해악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명예훼손 정보 유통 저지와 관련해서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다. 이용자가 권리 침해를 소명하고 삭제 요청을 할 경우 포털 등이 지체 없이 삭제 및 접근차단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제도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현행 임시조치 제도 역시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는데, 개정안은 신고가 들어오기도 전에 사전에 모니터링 하라는 것”이라며 “타인에 대한 비판적 내용은 삭제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헌 요소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폐기돼야 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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