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가 건학이념과 교육철학 등을 이유로 페미니즘 주제 강연 개최 학생을 무기정학 처분한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적발절차와 표현·집회의 자유, 사생활 비밀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한 한동대가 학생들을 징계한 것을 취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한동대는 학내에서 열린 페미니즘 강연을 ‘동성애 조장 강연’이라며 재학생 1명을 무기정학, 4명을 특별지도 처분했다.

인권위는 지난 7일 결정문에서 “2017년 한동대 내 동아리가 개최한 ‘흡혈 사회에서, 환대로, 성노동과 페미니즘 그리고 환대’ 강연회를 학교 측이 허가하지 않고 주최자 등 학생들을 징계한 것은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학교 측의 불허조치를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밝혔다.

▲ 한동대학교
▲ 한동대학교

인권위는 숭실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권고 조치했다. 인권위는 “2015년 숭실대 총여학생회가 연 행사에서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을 상영하려고 하자 학교 쪽이 대관을 허가하지 않은 것도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숭실대는 해당 영화가 대학 설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대관을 허가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라며 숭실대 측에 “시설 대관을 허락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대학에 종교의 자유 등이 있지만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건학 이념을 이유로 장애인,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8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기자회견을 갖고 한동대 학생 석아무개씨의 명예훼손 혐의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등 16명을 고소했다. 사진=노컷뉴스
▲ 한동대학생 부당징계 철회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8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기자회견을 갖고 한동대 학생 석아무개씨의 명예훼손 혐의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등 16명을 고소했다. 사진=노컷뉴스

이에 한동대학생부당징계공동대책위(공대위)·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 결정을 환영했다.

포항여성회 등 79개 단체로 구성한 공대위는 지난 8일 “한동대가 이번 인권위 권고를 계기로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성적 자기 결정권을 비방하고 박탈하는 것은 반문명적인 인권침해 행위임을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부당징계를 철회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칙을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지난해 3월부터 한동대에 무기정학 철회와 추가 징계 절차 중단, 성적 지향 아우팅 등 공식사과, 학문의 자유 보장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차제연도 같은날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종교를 이유로 정당화되지 않음은 당연하다”며 “이번 결정은 다른 종립학교에서 마찬가지 고통을 받은 당사자들에게도 큰 용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누구도 혐오와 차별받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견해를 종교를 이유로 가로막은 숭실대·한동대는 반성하고 개선의 노력을 다하고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