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녹색당이 충남도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를 8일 공개했다. 녹색당은 정보공개청구 결과 최종결재권자였던 도지사가 막강한 권한으로 수행비서라는 공직을 사유화한 것이 아닌지 질의와 비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1심 공판을 전한 언론보도에는 수행비서가 직접 일정이나 식사메뉴를 변경했다고 했지만 실제 출장 일정과 식사메뉴는 방대한 양의 사전 출장계획서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안 전 지사의 즉흥적인 판단으로 일정이나 메뉴가 조정된 정황도 확인됐다.

녹색당은 수행비서를 포함한 별정직 공무원 임면 자료,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해외출장(러시아, 스위스), 국내 출장(2017년 8월12일, 2018년 2월25일 서울)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임용과정을 파악하면 도지사와 수행비서간 권력관계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고, 1심 재판부가 출장지에서 일정·식사메뉴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자발적 의지를 보여 피해자같지 않게 행동했다고 봤기 때문에 출장계획서 등을 확인해 일정변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 지난해 7월13일 오전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7월13일 오전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방별정직 공무원 임용 공문을 보면 수행비서는 지난 2017년 7월3일 6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는데 도지사가 최종 의사결정자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녹색당은 “도지사가 단독 결정한 신임 수행비서 임명과 동시에 7년 가까이 일한 전임수행비서는 원치 않았다 해도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면직)처리됐다”며 “도지사의 권한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라는 공직을 사유화한 게 아닌지 질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장 관련 자료를 토대로 도지사와 수행비서의 위계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게 녹색당의 의견이다. 지난 2017년 7월27일부터 8월1일 러시아 출장이 있었는데 수행비서는 임용된지 3주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출장계획서와 실제 일정을 보면 아침식사 메뉴가 바뀌었고, 저녁 교민간담회이후 발레공연 관람에서 와인식당에 가는 걸로 일정이 바뀌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도지사가 좋아한다며 한식당을 재차 찾았다”는 안 전 지사 측 증인인 충남도 공무원 진술을 인용했고, 7월30일 저녁 발레공연을 가지 않고 와인을 마시러 간 게 피해자답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보공개청구 결과 출장계획서는 2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었다. 사전에 출장계획을 꼼꼼하게 짰고 이를 수행비서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녹색당은 “20쪽에 달하는 일정, 식사 등 계획이 있는 해외출장에서 출근한지 4주차 비서가 자의적으로 식사메뉴와 일정을 변경했다는 게 합리적인지, 지사 지시로 변동했다는 피해자 설명이 합리적인지 상식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안 전 지사의 기분에 맞춰 일정변경에 빠르게 맞춰야 하는 건 피해자 뿐 아니라 참석한 모든 공무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2017년 8월12일 서울출장 당시 자료를 보면 출장계획서에 사전 승인이 없었지만 서울숙박, 새벽이동 등의 일정이 생겼다. 뮤지컬 뒤풀이 자리에는 비서실장도 있었고, 새벽 이동 일정에는 피해자 뿐 아니라 관용차량 운전기사도 이 일정을 수행했다.

녹색당은 “급작스런 숙박 지시에 안 전 지사 측 증인들이 1심 법정에서 증언한 뒤 언론에선 ‘피해자, 직접 호텔 예약’ 등으로 기사를 게재했다”며 “비서진의 과중한 업무가 존재했지만 이런 사실들이 전혀 언론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수행비서로서 지사 결정에 따라 업무해야 하는 직원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며 “업무관계 제반 자료·상황을 살펴 위력의 존재·행사,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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