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으로 무죄가 된 ’삼례 3인조 나라슈퍼 살인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진상조사팀이 당시 수사 검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지자 진범이라고 자백한 당사자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사건 수사를 담당한 최성우 전주지검 검사(현 김앤장 변호사)에게 범행을 자백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범 중 한 명인 이아무개씨는 21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최 검사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전했다.

이씨는 “마지막에 삼례 3인조 아이들도 있었고 우리도 있는 자리에서 (검사가) 삼례 3인조 아이들한테 윽박지르면서 ‘너희들이 한 거 맞잖아’ 하니까 그 아이들이 ‘예’라고 대답하고 자술서를 정리하고 나갔다”며 “우리도 호송차 타고 가려고 검사실 나갈 때 (최 검사가) 우리를 호명하면서 ‘꼭 징역을 살아야만 죄(값)를 받는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 지난 21일 YTN 리포트 갈무리.
▲ 지난 21일 YTN 리포트 갈무리.
이씨는 이번 전북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재조사를 맡은 대검 진상조사단 5팀과 관련해선 “우리가 한 게 맞다고 했는데도 ‘그때 당시 검사가 어떻게 했냐’ 이런 건 물어본 기억이 없다”면서 “삼례 3인조들과 그때 당시 검사실에서 대면했냐, 안 했냐 그것만 물었다”고 말했다.

삼례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도 이날 방송에 출연해 “이 사건은 강도치사 사건이었다. (조사팀은) 어떻게 남의 집에 들어가서 금품을 훔치고 그 과정에 사람이 죽었는지를 물어야 하는데 그걸 전혀 안 물어봤다”면서 “의지가 없고 능력이 없었다. 뭘 물어봐야 될지를 몰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사5팀은 당시 수사 검사였던 최성우 전 검사에게 부실 수사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검사가 실체적 진실과는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 절차를 어기거나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과거사위도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조사단 5팀 보고서를 채택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조사5팀은 삼례 사건과 함께 김학의 전 차관 성폭력 의혹 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도 재조사하다가 2차 피해와 부실 조사 의혹 등이 제기돼 삼례 사건 외 나머지 사건을 다른 팀에 넘긴 상태다.

박준영 변호사는 “진상조사단 내부에서도 계속 문제제기를 했고 나는 위원회가 바로잡아줄 것으로 믿었다. 위원회 입장에서는 조사단(5팀)에게 ‘이건 좀 납득이 안 된다’고 계속 결과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사단이 ‘우리는 결론을 바꿀 수 없다’며 계속 우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 지난 2016년 2월11일 뉴스타파 ‘진범 나왔는데... 검찰이 무혐의 조작’ 리포트 갈무리.
▲ 지난 2016년 2월11일 뉴스타파 ‘진범 나왔는데... 검찰이 무혐의 조작’ 리포트 갈무리.
아울러 억울한 누명을 쓴 삼례 3인조를 기소하고, 진범이 잡혀 자백했는데도 이들을 무혐의로 풀어준 최성우 전 검사는 최근 피해자 세 사람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냈다. 피해자들과 박 변호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는 이유다.

박 변호사와 함께 이 사건 재심 과정을 취재한 박상규 ‘셜록’ 기자는 21일 페이스북에서 “삼례 3인조에게 살인 누명에 이어 손해배상을 청구한 최성우 전 검사는 지금 겁 없이 날뛰지만, 2년 전 ‘재심 공판에 날 부르지 말아 달라. 나 극단적 선택할 수도 있다’고 읍소해 그를 증인에서 철회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 기자는 “최 전 검사가 반격에 나선 이유가 있다”면서 “최근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을 재조사하며 당시 수사 검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과거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문제를 지적했던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도 “이 사건은 당시 담당 검사가 수사의 ABC만 지켰어도 삼례 청년들의 억울한 옥살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부실 조사 의혹은 사건 초기의 단순한 수사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진범이 나타나 자백을 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원래 내렸던 판단대로 모든 증거를 몰아간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