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압박하면서 비준에 가속이 붙었단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노동계엔 “이미 국제기준에 미달한 안이 상정돼 문제는 지속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EU는 지난 17일 한국이 한·EU FTA 상 약속한 ILO핵심협약 준수 의무를 게을리한다며 한국정부에 분쟁해결 절차 돌입을 요청했다. 지난 2011년 발효된 한·EU FTA 협정문 13장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기타 협약 준수 의무가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위원장 박수근)에서 논의 중이다. 노사관계개선위는 노사 합의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단결권에 한해 공익위원 합의안만 발표하고 논의 중간 마무리를 지었다. 1월 말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관련을 논의한 후 포괄적 합의를 이뤄내 비준 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 2017년 11월 광고탑에 오른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 이영철 의장,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 사진=민주노총
▲ 2017년 11월 광고탑에 오른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회의 이영철 의장,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 사진=민주노총

정부가 추진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이미 공익위원안이 ILO 기준에 미흡해 문제는 그대로라는 시각도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노조가 아닌 단체결성권만 인정한 부분이 가장 두드러진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교사, 퀵배달원 등이 법원으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인데 유보적 안을 만들었다. 이들이 노조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게 문제인데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U도 이번에 한국 노조법이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EU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 당연하게 여긴다. 가까운 예로 유럽각료이사회(European Council)는 지난 13일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노동자 단체교섭권 제한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아일랜드 성우들이 임금 협약을 체결했는데 경쟁법 위반 사유로 처벌 대상이 된 사례가 있었다. 유럽각료이사회가 이에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유럽연합 사회 헌장 위반이라고 확인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할 자유 박탈도 마찬가지다. 공익위안은 기업별노조에 한해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제한은 풀지만 노조 임원·대의원 자격은 현직자로 제한해야 한다고 정했다. 공익위안대로 법이 개정돼도 이들은 노조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EU가 이번 요청서에서 ‘문제 정책’으로 거론한 점이다.

▲ 민주노총은 2017년 9월4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ILO 권고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 민주노총은 2017년 9월4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ILO 권고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류미경 국장은 “더 큰 논란은 노사관계개선위가 오는 1월 말까지 논의할 쟁점들”이라 밝혔다. 사용자위원은 위원회에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직장 점거파업 전면 금지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적용 폐지 등을 지속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ILO 핵심협약에 위배된다. 노동계는 노동관계개선위가 이를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부터 잘못이라고 비판한다.

ILO 협약 및 권고 이행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수단이 평화롭고, 비참여 조합원 권리를 보장하며, 사업주의 직장 입장이 가능한 형태라면 ILO 협악이 금지하는 파업이 아니’라고 본다. 즉 이런 파업은 기간·형태에 관계없이 모두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2012년 일반조사)

ILO 전문가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관련해, 사업주와 국가의 조합원 차별·탄압 행위를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 권리 행사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 보고 엄격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해왔다. 전문가위원회와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모두 파업 중 대체인력투입은 핵심협약 87호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일관되게 해석했다.(결사의 자유 위원회 278차 보고서)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