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수감된 마약류 사범이 충분한 근거 없이 외부 도서 반입이 전면 차단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해당 구치소장과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부산구치소 수감자 윤아무개씨의 탄원을 받고 지난 17일 ‘교정시설의 마약류수용자 도서 반입 불허는 알 권리와 정보접근권, 정보공개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부산구치소장과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냈다. 윤씨는 올해 마약류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마약류수용자다.

구치소가 반입 불허한 도서는 3종류다. △국민권위위원회가 윤씨에게 우편 발송한 공익신고제보 관련 안내책자 △부산시청이 우편발송한 부산광역시전도 △지인이 발송한 ‘구금시설 교정관련 법규집’(시민단체 ‘양심수후원회’ 편집물) A4 출력물 등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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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측은 마약류수용자는 외부 물품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엄중관리대상자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을 정한 형집행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07조다. 207조는 “마약류 반입을 막기 위해 수용자 외 사람의 물품 교부 신청을 불허”하지만 구치소 내 판매 물품과 ‘마약류 반입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된 물품’은 예외로 둔다.

윤씨 측은 과잉금지라 주장한다. 국민권익위와 부산시청 등 공공기관이 발송한 자료를 마약류 반입 도구로 볼 여지가 적은 데다, 편지나 소송 관련 자료를 이미 지인·변호인과 주고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허 결정이 자의적이라는 입장이다.

구치소는 지난 10월 공문으로 “액체를 종이에 묻혀 마약류를 반입할 우려가 있고 육안 식별이 매우 어렵다. 마약 중독 사범은 입소 후에도 마약 반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천주교인권위에 해명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이에 “도서 반입을 원칙적 허용하면서 마약류를 검출할 수 있는 별도의 탐지 장비 등 대안적인 검사 방법을 도입하라”고 답했다. 천주교인권위는 “그래야 마약류수용자의 알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마약 반입 차단이라는 공익을 함께 보장할 수 있다. 마약류수용자는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편지·소송자료를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마약류수용자의 도서접근권 보장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김아무개씨는 교도소가 도서 19권을 포함한 외부 물품 반입을 불허했다며 그해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각하됐다. 2012년엔 마약류 수용자 권아무개씨가 동생이 보낸 도서 15권 및 노트 1권 반입이 불허됐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법무부령’은 심판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2013년에도 영치품 반입을 제한당한 수감자가 형집행법 시행규칙 207조가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구체적 행위없이 조항 자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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