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측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결렬 후 점심시간 피케팅 홍보활동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에게 “쟁의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메일을 보냈다. 노조 측은 일상적 조합활동에 사측이 임의로 참석자를 선별해 경고성 메일을 보낸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네이버 사측은 지난 12일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노조 네이버지회) 간부 조합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업무시간 중 피케팅은 쟁의행위로 판단될 소지가 있어 해당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등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6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13차 교섭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교섭에 사측이 불참하면서 결국 노사 교섭은 쟁점에 합의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후 사측이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게 된다”는 태도를 보이자,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피케팅을 벌였다.

▲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점심시간 피케팅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점심시간 피케팅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사진=공동성명 제공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특정 조합원에게 보낸 메일에서도 노조가 점심시간에 조합활동의 일환으로 실시된 피케팅에 참석한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네이버 직원 누구에게나 매일 1시간 주어진 점심시간을 활용한 정당한 조합활동을 한 것임을 알고도 불법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회사 노무(Employee Relations) 부서에서 보낸 이 메일은 조합원 당사자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상급자인 조직장에게까지 참조하라고 함께 전달됐다. 네이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조는 회사에 노조 스태프 명단을 공개한 적이 없으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네이버 본사는 직원이 언제 휴게시간을 등록하는지 조직장은 볼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점심시간 조합활동에만 ‘휴게시간’으로 등록하라는 회사의 요구는 지나친 개입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12일 사측에 “정당한 조합활동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자유의사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회사가 조합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며 참석자 명단을 확보하는 등의 모든 조합활동에 비합법적인 사찰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항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지회가 홍보활동을 진행한 시간은 통상적인 점심시간이었으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법인의 경우 1시간의 점심시간을 어느 때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유독 조합활동에 대해 ‘휴게시간’ 입력을 지시하며 당사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메일을 발송한 것은 조합원들의 활동을 제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근무 기록에 관한 사항은 직원 개개인이 관리하는 사항인데도 해당 메일을 당사자뿐 아니라 조직장에게 함께 발송한 것은 평가권을 이용해 조합원의 활동을 위축하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사는 지난 6일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13차 교섭을 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네이버 노사는 지난 6일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13차 교섭을 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진=ⓒ 연합뉴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이 점심시간 피케팅 참석자 명단을 어떠한 경로로 파악했는지 구체적인 근거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조만간 노조에 공식 답변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사측 관계자는 17일 “회사는 피케팅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들에게만 메일을 보낸 것이고, 그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등록하면 법에 위반되니까 근무시간으로 잡히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취지”라며 “관리자에게 참조를 달아 넣은 것은 실제 근무시간 관리 책임은 팀 리더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법인 ‘도담’의 김민아 노무사는 “휴게시간에 일상적인 조합활동 하는 것을 방해하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고, 이 활동을 이유로 개별 조합원에게 인사고과 상 불이익을 준다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회사가 점심시간에 피케팅한 일부 조합 간부에게만 ‘휴게시간’ 등록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휴게시간엔 피케팅을 하든 밥을 먹든 회사가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럼 누가 피케팅을 하는지 회사가 다 확인하겠다는 것이므로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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