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언론 사이 긴장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집권 3년차 악의적인 언론보도가 늘고 있다고 보고 언론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권 초기 남북관계나 외교 문제를 놓고 청와대가 사실과 다르다며 언론 보도 행태를 지적하고 유감 수준의 입장을 밝힌 것에 그쳤다면 최근엔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과 대면해 직접 질타하고 법적 대응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일본의 산케이 신문을 특정해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 때 아베 총리에게 북한을 봉쇄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아베 신조는 힘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는 산케이 신문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도 동떨어진 내용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윤 수석은 “외국 언론보도를 확인도 하지않고 받아쓴 국내 언론에도 마찬가지로 유감을 표명한다”며 “오보는 받아써도 오보다”라고 밝혔다. 외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동시에 국내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국내 특정 언론을 비판하는 논평은 지난 2월 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논평 제목은 “동아일보 칼럼의 정정을 요청한다”였다. 동아일보는 ‘박제균 칼럼’을 통해 “최근 모종의 경로를 통해 북측의 메시지가 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대화와 핵 동결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 그 대가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나 현물 지원이다. 이런 내용은 관계당국에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다.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관계당국은 더더군다나 있을 수 없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일보에 정중하게 요청한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달라. 정부도 법에 기대는 상황을 결단코 원하지 않는다“며 경고했다.

그리고 올해 5월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조선일보와 TV조선 보도 세건을 도마에 올려놓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조선일보> 5월28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TV조선 5월24일),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TV조선 5월19일) 등 세 건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TV조선의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익과 관련한 일이라면, 더구나 국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한번이라도 더 점검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도 적용되는 크로스체크가 왜 이토록 중차대한 일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해당 논평을 통해 조선그룹사 보도에 대한 날 것 그대로 인식을 보여주며 유감 이상의 입장을 전달해 긴장이 고조됐다.

▲ 오보 논란을 빚은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오보 논란을 빚은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올해 8월 언론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 경제 정책에 대한 이견이 크고, 정책 컨트롤 타워 문제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하자 김의겸 대변인은 “지금은 그야말로 숨소리만 달라도 견해차가 있다라고 기사화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9월엔 집권 이후 최초로 특정 언론사의 기자를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과거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도가 넘었다고 판단해 실행에 옮긴 것이다.

허민 문화일보 선임기자는 9월 13일 “최근 청와대 고위직 인사가 민정수석실로 불려가 최근 만난 사람은 물론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등 그야말로 조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조사를 받은 사람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소속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고, 조사 받은 혐의는 남북관계 안보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은 최 비서관의 통화내역, 문자 메시지 등의 통신기록을 조사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대면, 서면 조사도 하지않았다. 허위사실 보도이기에 해당 신문은 정정보도를 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지만, 문화일보가 정정을 하지 않자 당사자인 최종건 비서관은 “허민 선임기자는 최 비서관이 안보 정보 유출 건으로 민정수석실 조사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전제로 청와대 내부갈등을 기정사실화하는 칼럼을 작성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최 비서관의 명예가 심각히 췌손되었다고 판단”했다며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9월 13일자 문화일보 보도 내용.
▲ 9월 13일자 문화일보 보도 내용.

청와대의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이를 인용한 아시아경제 보도의 경우 대형 오보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내부 인사를 사칭해 가짜 문건을 이메일로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 아시아경제는 가짜 문건의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한미 공조에 이상에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외교적 마찰까지 일으킬 뻔했다. 해당 사안은 누군가 정부 정책을 뒤흔들기 위해 고도의 전략을 짠 것으로 보고 청와대는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12월 가장 최근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정정 보도를 하자면 매일 해야 될 것 같다. 하루에도 몇 건 씩 매일 해야 될 것 같아서 고민을 하고 있다”(김의겸 대변인)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이 말한 언론 보도는 지난 12일자 조선일보 기사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전용기가 민간항공사 소속이기 때문에 북한에 다녀온 뒤로 180일 동안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미국의 제재를 근거로 들어 지난 9월 24일 유엔총회 참석자 뉴욕을 방문했을 대 미국으로부터 ‘제재예외’ 인정을 받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미국이 예외절차를 요구한 적이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미국 쪽에 대북제재 면제를 신청한 적이 없다. 당연히 1면 제목처럼 ‘미국의 허가를 받고 뉴욕을 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G20 정상회담 참석차 경유지를 체코로 정한 것도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요구를 받은 것 때문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제재 문제와 무관하다”며 “급유 문제 등 경유지에서의 지원 같은 기술적 측면을 고려했고 체코를 경유하면서 양자 정상외교의 성과를 거두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가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바로잡는 형태로 갑론을박하고 비난성 발언까지 내놓은 것은 집권 초반과 비교해 언론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문제를 다루는 보도는 특히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실관계가 어긋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 그에 걸맞은 언론의 팩트 체크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 팽배하다. 또한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부정확한 국내 현안 정보를 끌어다가 레임덕으로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언론보도가 기울져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감 수준의 입장 표명이나 사실 반박 자료를 내는 과거 언론 대응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SNS 자체 계정을 통한 청와대 라이브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운용으로 국민소통 지점을 넓힌 것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가 많지만 부정적 이슈를 제기하는 언론 보도 문제를 관리하는 것에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례로 권력과 언론 사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위해서라도 외부 시선으로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검증하는 일명 ‘레드팀’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집권 초반 레드팀 운용을 검토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워낙 높은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속에서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 것도 사실이다. 외부 시각과 비판을 전달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특정 이슈에 대한 여러 관점의 의견을 전달받아 정부의 입장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청와대는 홍보기획비서관을 홍보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으로 분리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신설된 국정홍보비서관은 정책을 홍보하고 각 부처 홍보 담당자 간 메시지를 조율한다. 국정홍보비서관이 정책 메시지의 혼선을 줄이면서 언론 보도의 1차 진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땅한 적임자가 없어 인선이 늦어지면서 5개월 가까이 공석인 상태다. 국정홍보비서관 적임자로는 언론인과 미디어전문가 직군 사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언론 대응 컨트롤 타워는 동아일보 출신이면서 네이버 부사장을 역임했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맡고 있다. 그리고 문화일보 출신이면서 다음카카오 이사를 역임했던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여러 플랫폼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면서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겨레 출신으로서 기자와 직접 대면해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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