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결말이 포함돼 있는 기사입니다.

다음 웹툰 ‘하면 좋습니까’(30화 완결)는 동거하는 커플 주인공 ‘심연’과 ‘이성재’가 결혼할지 말지 고민하는 내용을 다룬다. 동거하며 잘 살고 있지만 성재는 연이와 결혼을 원하고 프로포즈를 한다. 연이 주변에는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있느냐, 자유와 열정을 다 포기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혼자는 외롭지만 둘은 괴롭다”며 결혼을 말리는 친구들이 있다. 물론 “결혼하면 든든하고 재미있다”는 친구도 있지만 연이는 결혼을 망설인다.

‘하면 좋습니까’는 결혼과 비혼을 보는 다양한 견해뿐 아니라 여성 주인공 연이와 그 주변 여성 친구들 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결혼을 생각하는 것’, ‘여성이 결혼하고 일하는 것’에 현실적 고민을 들려준다.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메인 화면.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메인 화면.
만화 속에서 남편이 ‘아내의 성역할’을 강조해 이혼한 주인공의 한 친구는 “이혼 사유는 ‘성격차’가 아니라 ‘성 격차’”라는 대사를 날리고(3화), 회사에서 잘 나가는 간부급이지만 꿈이 ‘전업 주부’라고 떠들고 다니는 한 여성에게 그 상사가 “적어도 그런 말을 할 때는 전업주부가 되고 싶지 않고, 될 상황도 안되는 여자들이 살얼음판에서 일하는 주변을 둘러봐라”라는 조언을 한다.(20화) 이런 대사가 결혼과 비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만화가 호평을 받은 이유다. 미디어오늘은 11일 ‘하면 좋습니까’의 미깡 작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미깡 작가는 다음웹툰 ‘술꾼도시처녀들’로 데뷔한 만화가로, ‘술꾼도시처녀들’은 세명의 여성 주인공이 함께 술을 마시며 맛있는 안주를 먹고 일상을 보내는 내용이다. 만화 내용뿐 아니라 웹툰 마지막에 작가가 추천하는 실제 맛집 정보가 들어가 팬을 모았다. 맛집과 술에 대한 만화를 그리던 작가는 왜 결혼 만화를 그렸을까.

미깡 작가는 기존의 결혼 웹툰이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내용이 많아 아예 결혼할지 말지부터 고민하는 만화를 그려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용어를 안 뒤 만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란 고슴도치들이 추워서 서로에게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려서 따갑고, 멀리 떨어지면 춥고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작가는 ‘결혼도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족을 이루면 따뜻하지만 서로 상처주고 숨이 막히고, 무리를 이루지 않고 살면 자유롭긴 하지만 춥고 외로운 것이 ‘고슴도치 딜레마’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결혼하면 좋습니까?’라는 웹툰을 생각했는데 응큼한 상상을 넣어 제목을 ‘하면 좋습니까’라고 지었다. 일본 영화 감독 기타노 타케시의 ‘모두 하고 있습니까’라는 영화 제목을 참고했단다.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11화 중.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11화 중. (웹툰 캡처와 게재는 작가의 허락이 완료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만화 속에서 성재와 연이는 꽤 죽이 잘 맞는 커플이다. 그러나 연이는 성재 부모님을 만난 뒤 ‘며느리 역할’을 고민하다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것을 택한다. 현실에서 많은 커플이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오다가 결혼하지 않는 것을 결정하는 일은 보통 헤어짐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만화는 결혼하지 않되 동거를 계속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결론을 미깡 작가는 “원래는 결혼하는 걸로 결말을 구상했는데 바꾸었다”고 말했다.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29화.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 29화.
미깡 작가는 “결혼해서 실천적 노력을 하면, 즉 고슴도치끼리 적정거리를 잘 지키고 살면 그 선택도 좋다. 결혼 이후 이야기도 준비돼 있었다”고 말했다. 미깡 작가는 그러나 연재 도중 결말을 수정했다고 한다.
“연재하는 8개월간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특히 여성을 향한 폭행, 살인, 가정폭력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국가가 여성을 지켜주기는커녕 배제한다고 느끼게 하는 일들이 잇달아 터져 작품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 애초에는 결혼해서도 페미니즘을 실천할 생각이었고 그 이야기를 그렸지만,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은 비혼의 결론을 택했다.”

다만 이런 결론에 기혼 독자들이 조금 서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한다. 미깡 작가는 “기혼이든 비혼이든 장단점을 골고루 다루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비혼 쪽으로 쏠렸고, 댓글 분위기가 너무 과격했다. 결혼은 지옥이고 (가부장제에 ) 부역이라는 댓글이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 화에서 기혼, 워킹맘 친구도 남들이 모르는 각자의 행복이 있으니까 존중해달라는 내용을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의 마지막화.
▲ 다음웹툰 '하면 좋습니까'의 마지막화.

미깡 작가는 결혼을 앞둔 남성이 매회 여자친구와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다는 피드백을 받고 “가장 이상적인 피드백이었다”고 전했다. 미깡 작가는 “그 독자분이 결혼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는 댓글을 줬는데 내 작품이 독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반면 결혼 준비하다가 이 만화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파혼했다는 댓글도 있었다. 만화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될 운명이었는진 모르지만 이럴 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고 한다.

연말까지는 푹쉰 후 차기작을 준비하겠다는 미깡 작가는 독자들에게 “여성 창작자의 여성 서사를 꾸준히 봐주시고 응원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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