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야3당에 민중당·녹색당·노동당·우리미래까지 원내외 7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한국당은 당장 눈앞에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 “특권·기득권을 깨고 공정하고 인간답게 살 국가를 만들라는 촛불 민심을 끝내 외면할 것이냐”며 “지지율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해왔던 잘못된 이익을 계속 누리기 위해 정녕 개혁을 거부하고 수구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들은 한국당에도 “고집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가 과연 국민에게 불신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 국회를 바꾸기 위한 대책이냐”면서 “지금 지지율로는 장담하기 어려우니 도시 지역구에서 여럿을 뽑는 중대선거구로 배지를 달고 싶은 속내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도시지역은 지역구당 2~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 지역은 지금처럼 지역구당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방안이다. 한국당은 현재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도시지역에서 2등을 하더라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고, 민주당은 오는 2020년 총선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입장을 고수하는 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조차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7일 국회 본청에서 이틀째 단식농성 중이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야3당이 합의한 안에 100% 동의한다. 그러나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를 논의하자고 한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한 연동형 비례제도가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도 “연동형 비례제에 원칙적 합의가 거의 이뤄지는 과정에서 마지막 순간에 한국당이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제기하면서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도농복합선거구제는 선거제도 개악이다. 기존 정당들과 기존 국회의원들의 의석 나눠 먹기라는 점에서 명백한 제도적 후퇴이자 개악”이라며 “현재 농성 중인 야3당도 도농복합선거구제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처음부터 제기됐던 연동형 비례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원내외 7개정당과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1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원내외 7개정당과정치개혁공동행동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임기 마무리 소회를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주장해서 합의가 안됐다’는 민주당 주장에 “(선거제 개편) 합의문이 뭐 때문에 안 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지만, 한국당 입장에선 지금 300명 의원 정수 속에서 국민의 대표성·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자고 노력했던 내용이 많다”며 “결과는 합의가 아무 것도 안 된 상태에서 상대방을 탓하고 원망해서 뭐 하겠냐”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도부 출범 100일, 정치개혁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한 여러 안 중에 도농복합형 문제도 토론 대상으로 올라왔고, 도농복합형을 도입이 확정적이 아니라 논의 대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정도라서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이해찬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서 강하게 반대해서 안 됐다”고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 촉구를 위한 원내외 7개 정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 등으로 구성된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지금으로선 총론 수준, 예컨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합의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며 “12월 임시국회를 개최해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율 간의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도입에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지 말지, 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할지 중대선거구제로 할지 혹은 도농복합형으로 할지,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시행할지 전국구로 할지 등의 각론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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