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훈(70)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66)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5일 처음으로 조사를 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방용훈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대검 조사단은 방 사장에게 신인 배우였던 고 장자연씨가 2009년 3월 숨지기 전 2008년 가을 장씨를 만났는지, 만남의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2009년) 경찰은 방용훈 사장이 2007년 10월 서울 청담동 중식당에서 장씨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고, 방 사장은 장씨 사망 몇 달 전인 2008년 가을에도 술자리에서 장 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검 조사단은 장씨의 자필 문건 속의 ‘조선일보 방 사장’이 방용훈 사장으로 보고 오늘 소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 방송 중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사진이 나오는 장면.
지난 7월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 방송 중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사진이 나오는 장면.
장씨가 숨지기 전 2009년 2월28일 남긴 자필 문건을 보면 “(김종승 소속사 대표가) 2008년 9월경 조선일보 방 사장이라는 사람과 룸싸롱(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방 사장님이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고 나온다. 대검 조사단은 이 문건에 적시된 ‘방 사장’의 유력한 인물로 방용훈 사장을 의심하고 있지만, 당시 방 사장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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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조사단은 장씨가 2008년 가을 방용훈 사장을 만난 술자리에 박문덕(68) 하이트진로 회장과 권재진(65) 전 법무부 장관도 함께 있었다는 참석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내용과 대검 조사단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2008년 9월 또는 비슷한 시기에 방용훈 사장은 장씨와 만났는데 이 자리엔 박문덕 회장과 권재진 전 장관, 전직 탤런트이자 장씨와 가까운 고아무개씨 등도 합석했다.

대검 조사단은 조만간 권 전 장관이 장씨가 있는 술자리에 가게 된 구체적인 경위와 장씨 사건 수사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사단에 따르면 방용훈 사장의 조카이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조사를 앞두고 있다.

▲ 지난 7월24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故 장자연’ 편 1부 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 7월24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故 장자연’ 편 1부 방송 화면 갈무리.
경찰 조사 결과 방정오 전무는 장씨 어머니 기일인 2008년 10월28일 장씨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만 조사받고 내사종결 처리됐다. 방 전무는 최근 자신의 딸이 사택 운전기사에게 심한 폭언과 인격 모욕을 한 것으로 드러나 TV조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방 전무는 지난 7월9일 KBS가 “대검 조사단이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한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과 장씨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후 낸 입장문에서 “나는 이날 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먼저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며 “2008년 10월28일 이후 장씨와 통화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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