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남북 언론인 교류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오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소속 언론인과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공동상임대표 정일용, 언론본부)의 공개간담회 때 불거진 얘기다.

통일부는 조선신보 소속 인사들의 국적이 ‘조선’으로, 무국적에 해당하는데도 북한주민으로 보고 북한주민접촉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한 접촉신고서의 유의사항 항목에 접촉결과의 언론공개 또는 조선신보 인사들과 인터뷰시 사전에 일정과 계획을 협의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일부는 조선신보가 조총련계 인사이며 이들 모두 북한주민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받은 것이며, 조선신보 인터뷰시 사전협의는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다.

최관익 조선신보 주필과 로금순 편집국 부부장, 한현주 기자, 리영덕 기자 등 조선신보 언론인 4명은 ‘평양이 온다’ 사진전(민플러스 주관) 참석차 지난 2일 방한했다. 이들은 사진전 행사를 마친 뒤 5일 출국한다. 이들은 이 행사와 함께 지난 3일 언론본부와 국내에서 사상 첫 공개간담회를 가졌다. 

통일부는 이 공개간담회 성사 과정에서 언론본부와 민플러스에 북한주민접촉신고를 받았다. 언론본부의 접촉신고서에는 ‘평양이 온다 사진전 조선신보 측과 언론본부 간담회 및 만찬’이 목적으로 돼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남북한주민접촉(9조의 2)의 경우 사전에 북한주민 접촉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신보 소속 언론인들은 국적이 북한이 아닌 ‘조선(朝鮮)’으로 돼 있다. 이들은 일본에 거주하지만, 일본이나 북한, 한국 국적도 갖고 있지 않다. 무국적자인 셈이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주민접촉신고의 수리 조건과 유의사항으로 조선신보와 국내 언론사의 인터뷰 때도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유의사항에는 ‘접촉결과의 언론공개시 사전에 통일부 협의해주기 바란다’고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일정과 계획까지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언론본부는 이를 다 수용하고 북한주민접촉신고서를 제출했다.

▲ 조선신보 소속 언론인들과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소속 언론인들이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상 첫 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조선신보 소속 언론인들과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소속 언론인들이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상 첫 공개 간담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하지만 ‘평양이 온다’ 사진전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통일뉴스 등은 로금순 조선신보 편집국 부부장과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3일자 ‘‘곳곳서 인증샷 찍고, 인형뽑기 인기’…평양의 일상을 만나다’에서 “이날 개막식에서 만난 조선신보의 로금순 부부장은 ‘평양 시내가 언제부터 급격히 발전했느냐’는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 시대 이후’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준희 6·15 남측위 언론본부 대변인은 4일 “조선신보 측 언론인들이 남측 언론인과 공개 간담회 가진 것이 처음이고 향후 남북언론교류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해 통일부 권고대로 주민접촉신고에 응했다”며 “하고나서 보니 교류협력법에 조선국적자를 북한주민으로 규정하는 조항이 없는데, 북한주민접촉신고를 하게 한 데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시 협의하라고 하는데, 연합뉴스 등 인터뷰한 곳도 사전협의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그동안의 교류해온 언론 포함 민간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차원교류를 실종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조총련계는 남북교류협력법 제30조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본다’는 ‘북한주민 의제 조항’에 따라 북한주민으로 본다”며 “전세계적으로 조총련만큼 북한노선을 따르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시 사전 협의 요구를 두고 “조선신보는 조총련계 언론사로 남한주민(언론)과 인터뷰를 기사화할 경우 북한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등 인터뷰 내용이 왜곡 과장되어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얘기는 조선신보가 우리 언론인을 인터뷰할 때 협의하라는 뜻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에 “조선신보와 접촉하는 우리 언론단체 대표에게도 남측언론단체에 보도 대한 개입이 아님을 설명했고, 조총련계 언론사와 접촉하는 만큼 추후 논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촉해줄 것을 당부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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