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가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관련 내용을 단독보도한 지 3일 만에 오보를 인정했다.

아시아경제는 이날 “한미동맹 균열이 심각하다”는 게 청와대 보고서의 요지라며 “청와대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체 국면에서 지난 수개월 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급증한 사실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가안보실의 판단과 달리 청와대는 대외적으로 한미 공조 우려를 차단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청와대) 내부 보고서는 문서에 ‘THE REPUBLIC OF KOREA’라는 워터마크가 찍혀 있고 마지막에 문서를 출력한 사람의 이름과 시간이 초 단위까지 나오도록 되어있는데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보고서엔 그런 게 없다”며 보고서가 가짜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정 세력이 가짜 보고서를 유통시키기 위해 국가안보실을 사칭해 문건을 작성한 뒤 해킹을 통해 전파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아시아경제 11월29일자 1면.
▲ 아시아경제 11월29일자 1면.
아시아경제는 29일 사과문을 내고 “기사의 출처는 한 연구기관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계자의 발표자료 문건이었다. 이 자료는 본지 취재기자가 이메일을 통해 행사를 주최한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힌 뒤 “취재기자가 연구소 측으로부터 총 3건의 문건을 받았고, 그중 문제의 문건을 받은 메일이 다른 두 개의 메일과는 다른 계정에서 발송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는 “문제의 메일은 최근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NCSC)가 해킹 메일 계정이라고 공지한 계정과 유사한 것임을 확인했다. 또 이 계정은 본지가 접촉한 연구기관 관계자의 것이 아닌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본지는 문제의 문건에 대해 청와대와 행사를 주최한 연구기관에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쳤지만, 소통 미숙 등으로 인해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는 “본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경제를 악의적으로 노린 이유 등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에 수사 의뢰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한층 강화하겠다”며 사과했다. 아시아경제는 28일 “해킹 조작이 있었다면 우리 또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보도가 가져올 파장에 비해 사실 확인이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가짜 메일이 국제교류재단 소장 명의로 유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메일에는 ‘비공개 문건’이라는 표현과 함께 ‘6·12 미북 정상회담 예상의제(외교부)’란 제목의 PDF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가짜였다. 이번 청와대 국가안보실 가짜 메일과 유사한 구조였다. 이 같은 가짜메일 ‘함정’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정부 외교라인 당국자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업무와 유관한 관계자가 보낸 문건인 것처럼 속여 가짜 메일을 보내는 경우가 1주일에 두세 번 가량 있다”고 전했다. 소위 ‘가짜뉴스’가 점차 정교해지는 가운데 기자들로서는 더욱 자료의 출처를 의심하고 재검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외교관련 기사의 경우 사후적으로 오보가 인정되더라도 보도가 나간 순간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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