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은 일요일만 되면 필리핀 여성들로 북적인다. 2일 오후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아르마니 간판을 내건 쇼핑몰 앞 도로(Chater Road)는 필리핀 여성 노동자 수백이 ‘점거’한 상태였다.

센트럴 인근 마천루 사이 골목이나 육교 아래 음지, 공원과 상점 앞 도로 상황도 비슷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종이 박스로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만들어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얼굴을 가린 채 쪽잠을 자는 여성도 있었다. 빙고 등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몇몇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췄다. 관광객에 붐비는 거리에 ‘전시된’ 자신의 공간을 우산과 천막으로 가리고자 했으나 무엇을 하는지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어림 잡아도 최소 수천이 넘는 규모의 인파였다. 

차터 로드에선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홍콩인 단체들이 공연을 선보였다. 필리핀 노동자들이 구성한 연대 단체도 행사로 분주했다.

화려한 명품 간판이 즐비한 센트럴 거리로 나온 이들은 필리핀 육아 노동자들이다. 육아·가사·돌봄 노동 특성상 대다수가 여성이다. 

부동산 등 물가 수준이 높고 상당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 홍콩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은 ‘수입된 인력’이다. 이들로 홍콩인들은 육아나 가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리핀에서도 육아 노동자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한다.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홍콩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거리가 붐비는 일요일은 휴무다. 홍콩에서는 법에 따라 이주 육아 노동자가 고용주 집에 입주한다. 주중에는 홍콩인 고용주 집에서 함께 살지만 일요일은 고용주 가족이 쉴 수 있도록 밖으로 나가야 한다. 거주할 곳 없는 그들이 거리로 모인 이유다.

홍콩에서 생활한 지 5개월된 앨런(32)씨도 육아를 포함한 가사 전반을 맡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다. 그는 “매주 일요일마다 거리로 나온다. 고용주가 오늘은 집에 있다. 보통 오후 9시까지 거리에 있다가 다시 들어간다”고 말했다.

좁은 주거 공간에서 휴일까지 고용주와 필리핀 노동자들이 마주하는 건 서로가 불편한 일이다. 필리핀 육아 노동자들에게 집안 내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학대와 성폭력, 임금 체불과 과로는 이미 홍콩의 사회적 문제다.

홍콩에는 40여만 명의 이주 육아 노동자들이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필리핀 사람들이다. 인구 고령화와 높은 물가로 인해 이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그에 반해 대우는 열악하다.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이들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단체가 내건 팻말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이들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단체가 내건 팻말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이들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단체가 내건 팻말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이들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단체가 내건 팻말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2일 오후 한 단체가 내건 팻말에는 ‘살인을 멈춰라’(Stop the killings!), ‘여성 노동자의 권리’(Women workers’ rights), ‘임금 인상’(Wage Increase), ‘노동시간 규제’(Working hours regulation)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필리핀 육아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현재 4410홍콩달러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63만원에 불과하다.

필리핀 이주 노동자 연합 단체에서 활동하는 네비스씨도 1999년부터 홍콩 이주 노동자로 살았다. 그가 속한 단체는 이주 노동자들을 연결하고 법률 지원 및 상담과 보호소 제공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정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그는 기자에게 “차별적 노동 현실을 전하기 위해 매주 모인다”며 “한 달에 4410홍콩달러를 받는데 홍콩 물가나 생활비 수준을 고려하면 너무 적다. 최소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은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야 한다. 또 하루 16~18시간까지 일하는데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 2일 오후 홍콩 시내 중심지 센트럴 인근이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고용주와 함께 사는 이주 육아 노동자로 주말 휴무에는 거주할 공간이 없어 거리에 머문다. 사진=김도연 기자
홍콩 정부는 미온적이다. 주말마다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일부 도로만 내줄 뿐이다. 필리핀 총영사가 최근 임금을 25% 인상(5500홍콩달러)해달라고 홍콩 정부에 요구했지만 임금인상은 요원하다.

최근 한국의 ‘있는 집’에서도 영어에 능통한 필리핀 육아 노동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불법 고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여성 경력 단절 해소와 출산율 상승을 이유로 이주 육아 노동자 고용을 합법화하자는 요구도 한다. 한국에서도 필리핀 여성들이 주말마다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벌어질까. 현재 우리 이주 노동자들 인권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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