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우리기업 참여에 관심을 요청하자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등이 ‘어리둥절하다’ ‘자기모순’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탈원전 탓에 수출이 힘들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를 두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왜 한 건도 원전 수출을 하지 못했느냐, 경제문제를 왜 이념적으로 재단하느냐는 반박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 ‘탈원전 국가의 ‘원전 세일즈’ 체코 국민은 어떻게 볼까’에서 “국민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가 어리둥절하다”고 썼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기존 원전 설계수명 연장 포기, 월성 1호기 폐쇄를 선언한 점을 들었다. 조선은 “우리는 위험하고 값도 비싸다는 이유로 원전을 포기했으면서 다른 나라에는 우리 원전이 좋은 것이니 사달라고 하는 것을 그 나라 국민에게 뭐라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자식에게는 불량 식품이니 먹지 말라고 하면서 다른 집 아이에게는 그걸 파는 업자를 연상케 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60년 간 국내 원전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탈원전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청와대 관계자 말을 들어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끝나면 국내에서 원자력 일감은 없어진다. 원전 부품 업체들에선 자발적 이직(離職)과 인위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몇 년 지나면 다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되돌려 놓으려 해도 우리 독자적으로 원전을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탈원전이 비판받자 슬그머니 다른 말을 하는 것으로 탈원전의 본질을 바꿀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원전 산업은 장래 시장 규모가 연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현재 세계적으로 454기 가동, 56기 건설 중, 89기의 건설 계획, 사우디아라비아만 25년간 16기의 원전 건설 등을 들었다. 조선일보는 “한국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대대적인 원전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를 두고 “동네에 냉면 한그릇을 팔아도 지켜야 할 상도의가 있는 판에, 나같으면 안먹을 텐데 너나 먹으라는 식으로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며 “체코 국민들 앞에서는 ‘원전이 최고’라고 하고 우리 국민 앞에선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자기 모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덕환 에너지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위험해서 못쓴다면서 체코엔 팔겠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다른 나라에도 원전 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제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 체코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바비쉬 총리와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체코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후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바비쉬 총리와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를 두고 그렇게 전망이 좋은데 2009년 이후 탈원전 정책 수립 이전까지 우리가 한기의 원전도 수출을 못해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UAE 원전 수주 이후 탈원전 정책을 세운 작년 이전까지 왜 수출을 못했느냐. 시장이 많으면 뭐하나. 탈원전을 하든 안하든 우리 (수출)계획이 물건너간 게 한둘이 아니다. 왜 탈원전 핑계를 대느냐. 미래 시장이 많으니 탈원전 때문에 수출안된다고 하지말고, 수출부터 해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전세계 시장의 70~80%는 중국 인도 러시아가 자국 시장에 짓는 것이지 우리가 진출할 신흥시장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짓는 원전에 우리나라 원전은 하나도 없다. 그는 “일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아프리카 등을 다 넣어서 한 것일 뿐 언제 될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원전 시장 자체를 과대포장한 것이야말로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원전 수출을 걱정하는 보수언론과 야당, 원자력학계가 공개적으로 수출을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수출에 도움이 안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종운 교수는 “우리가 원전 수출을 실제로 할 수 있을 것같지도 않은데 너무 떠든다”라며 “수출을 하려면 물밑으로 조용히 얘기해야 한다. 남이 모르게 해야지 광고 다 때리고 하는 것은 다른 경쟁업체가 대책마련하게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핵물질 관련 수출이라면서 ‘세일즈’를 천명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언론과 정부 모두에 대해 지적했다.

탈원전 탓에 국내 원전 생태계가 죽는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박 교수는 “2030년 정도 쯤 수명연장을 다 하지 않으면 지금의 절반 정도 남게 될텐데, 이 때 인력이 부족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오픈마켓’(분야별 외주 건설)이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한국은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종합 기술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 할 필요도, 다 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기 때문에 마피아 소리까지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29일 “우리가 탈원전을 결정한 것은 원전이 재생에너지에 비해 비싸지고 원전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뿐 아니라 발전소가 대도시 주변에 몰려있어 수용성이 나빠졌기 때문에 그만 짓겠다고 한 것”이라며 “반면, 원전이 없는 나라, 원전을 사겠다는 나라 등 나라 별로 사정이 다르다. 원전을 지을지 말지는 그 나라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어리둥절하다고 하는데 경제 문제를 이념적으로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잔 2010년 4월12일 오후(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잔 2010년 4월12일 오후(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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