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쓸 수 없어 힘들었다” 뇌전증 환아를 둔 어머니 황주연(의사) 씨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의미 있지만, 아직도 답답한 마음이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뇌전증 등 희귀·난치·신경 질환자가 치료용으로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료용 대마법, 오찬희 법)을 의결했다.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환자 가족이 조속한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의료용 대마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환자 가족이 조속한 합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찬희 법’은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 붙여진 이름이다.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앓는 오찬희 군이 치료를 위해 의료용 대마를 사용해야 하지만 사용하지 못해 발의된 개정안에 찬희군의 이름을 붙였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재석 221명 중 찬성 205인, 반대 1인, 기권 15인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환자들은 앞으로 의사 처방을 통해 승인 받으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다.

강성석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는 “48년만에 다시 의료적 사용이 가능해진 것을 환영하면서도 그동안 사법당국이 해외에서 대마 성분인 CBD오일(대마오일)을 구매한 환자와 환자 가족을 수사한 것을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황주연씨의 아이는 현재 7살이다. 아이는 생후 6개월부터 재활치료를 받고 2살부터는 뇌전증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난치성이라 재발과 치료를 반복했고 결국 뇌수술까지 했다. 그러다 황씨는 대마 성분이 포함된 ‘CBD 오일’을 알았다.

황씨는 지난해 7월 대마오일을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황씨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검찰 수사를 받느라 아이 돌볼 시간도 많이 뺏겼다. 아이 주치의인 교수에게 대마오일이 효과가 있다는 소견서까지 제출한 뒤 겨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뇌종양을 앓는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 A씨는 검찰 조사와 법원 재판을 받았다. 강성석 목사는 “한 어머니는 4살짜리 아들 치료를 위해 대마오일을 해외에서 직구했다가 택배 기사로 위장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검찰은 어머니에게 마약밀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치료 목적이라며 6개월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다시 항소했다”고 말했다.

대마오일이 합법화됐지만, 한계점도 있다. 황씨는 “합법화가 됐다고 해도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을 바로 받을 수는 없다. 식약처에 따로 신청하고 식약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승인이 나면 식약처에서 따로 약을 사 온다. 대마오일처럼 비슷한 절차로 받을 수 있는 다른 약은 받는 데까지 2개월이 걸린다고 알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제한적 허용이라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과 자폐증, 치매 등 일부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다수의 나라는 이미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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