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도가 높았던 제31대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는 전현석(45기) 정치부 기자가 박준동(33기) 현 노조위원장을 크게 누르고 당선됐다. 양자 대결에서 전 당선인은 전체 139표 가운데 97표(69.7%)를 얻어 38표(27.3%)에 그친 박 위원장을 크게 앞섰다.

노보를 통해 조선일보 사주 일가 경영 세습과 과도한 배당을 비판하고 사내 비정규직 연대 등을 강조해온 박 위원장의 노조 활동이 결과적으로 구성원 지지를 얻지 못했단 평가가 가능하다.

아울러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부위원장 선거 결과’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부위원장에 단독 출마한 인사는 이혜운(47기) 기자다. 이 기자는 지난 2007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주말뉴스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 조선일보 지난 7월21일자 B2면.
▲ 조선일보 지난 7월21일자 B2면.
이 기자는 찬성 98표(70.5%)를 얻는 데 그쳤다. 반대표는 무려 30표선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노조 부위원장은 위원장과 달리 전임이 아니고 권한도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단독으로 출마하면 반대가 크지 않다고 한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 제30대 노조 선거에서 부위원장에 단독 출마한 김성모(46기) 기자의 경우 155표 가운데 144표(92.9%)를 얻었다. 이는 득표율에서 이 기자와 무려 22.4%P 차이가 나는 수치다. 예년에 비해 반대 여론이 컸단 거다. 

부위원장 반대 ‘30표’는 조합 내에서 이 기자에 대한 비토 여론이 적지 않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이 기자가 쓴 칼럼과도 연관 있다.

이 기자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 7월21일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칼럼을 썼다가 큰 비판을 받은 적 있다.

이 기자는 이 칼럼에서 당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비판하면서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노 의원 아내의 전용 운전기사가 있다는 취지로 쓴 이 기사로 조선일보는 노 의원 도덕성을 악의적으로 흠집 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8월11일에야 “고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기사를 둔 적 없다”는 정의당 입장을 반영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고인과 유족, 독자에게 사과했다.

▲ 조선일보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자사 오보에 지난 8월11일 공식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지면에서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자사 오보에 지난 8월11일 공식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지면에서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보도는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논란이었다. 당시 조선일보 기자들의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서 한 기자는 “‘노회찬 부인 운전기사’ 칼럼은 팩트체크 좀 하지 그랬나. 동네방네 신나게 까이고 있으니 스트레스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반대 30표는) 이혜운 기자에 대한 사내의 광범위한 반감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부유하면 안 된다’는 식의 조선일보 보도 프레임 자체가 문제라는 여론도 있다. 이혜운 기자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기자는 “초등학교 3학년은 운전기사가 있어도 되고 수십 년 노동 현장에서 희생한 정치인은 가족까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진보 인사들 도덕성을 ‘내로남불’이라고 물고 늘어지는 조선일보의 상투적 기사나 논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자가 칼럼을 쓰고 논란이 된 후부터 전화 통화와 문자로 입장을 요구했으나 그로부터 한 차례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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