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를 빌려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 11년만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백혈병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공식으로 사과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5월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회장을 통해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한 차례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했던 점은 사과했지만, 작업장 안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은 사과하지 않았다.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2007년에 반올림을 설립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라인에서 일한 뒤 백혈병에 걸려 딸 황유미씨가 숨진 그해였다.

▲ 24일 자 경향신문
▲ 24일 자 경향신문

아침 종합일간지는 24일 일제히 ‘삼성 백혈병 사과’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5면에 박스기사로 이 소식을 보도했지만, 3면 전체를 할애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위기라며 정부가 경쟁력을 키우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1면에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2월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 당국의 특별감리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조선미디어그룹(조선일보, TV조선)은 삼성 광고를 가장 많이 받는 언론사 중 하나다.

반면 한겨레는 삼성 백혈병 사과 소식을 1면에 실었고 보도량도 가장 많았다. 한겨레는 정부와 국회 등에 노동권 개선을 위한 당부의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도 이 소식을 1면에 배치했다.

▲ 24일 자 조선일보 3면
▲ 24일 자 조선일보 3면

다음은 24일 자 아침 종합일간지에 실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한겨레 : 11년 걸린 삼성 백혈병 사과… “유미야, 약속 지켜 기쁘다” (1면)
한겨레 : ‘노동 건강권’ 제도개선 숙제로… “정부·국회 시즌2 책임” (5면)
한겨레 : 삼성 ‘작업장 안전 소홀’ 첫 인정 4년 전보다 한발 더 나간 ‘사과’ (5면)
한겨레 : 삼성 500억 기금, 산재 예방에 쓰여 (5면)
한겨레 : [사설] 삼성 백혈병 사태 매듭, 노동인권 의식 높이는 계기로
경향 : 삼성, ‘반도체 백혈병’ 11년 만에 사과 (1면)
경향 : 황상기 대표 “오늘의 사과, 삼성의 다짐으로 알겠다” (2면)
경향 : [사설] 11년 걸린 삼성의 ‘백혈병’ 사과,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한국 : ‘반도체 백혈병’ 논란 11년 만에 마침표 삼성전자 “더 건강한 일터로 거듭날 것” (2면)
한국 : [사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마침표, 산업안전 강화 계기 돼야
조선 :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종지부 찍었다 (15면)
중앙 :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11년 분쟁 끝나 (15면)
동아 : 삼성 ‘반도체 백혈병’ 11년 분쟁 마침표 (3면)
세계 :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마침표 (2면)

조선일보는 15면에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 11년 만에 종지부 찍었다”라는 박스기사 제목을 달고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사장이 반도체 백혈병 발병에 대한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은 “앞서 2014년 5월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장도 반도체 백혈병에 대해 공식 사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반올림 피해자들은 ‘사과 내용에 반도체와 백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라’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11년 만에 반도체 노동자들이 삼성전자와 극적 타결을 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고발한 시민단체 참여연대 때문에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위기라는 소식을 1면과 3면에 기획했다.

조선은 1면에 “시민단체가 짜는 ‘대한민국 산업정책’”이라는 기사 제목을 달고 “지난해 2월 참여연대는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 당국의 특별감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삼바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지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던 시기였다”고 했다.

이 신문은 “현 정부 들어 시민단체가 대기업의 잘못에 문제를 제기하면 일부 정당이 이를 증폭시키고 결국 정부 기관이 총동원돼 기업을 옥죄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런 문제는 안중에도 없다”고 썼다.

▲ 24일 자 조선일보 1면
▲ 24일 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3면에 “‘삼성도 저렇게 당하는데’… 위기의 대기업, ‘위기’ 말도 못 꺼내”라는 기사 제목을 달고 “삼성은 올들어 압수수색만 10차례 받았다. 삼바 사태로 또 줄기소 가능성이 있다. 오는 27일 중앙지법 재판정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삼성 전·현직 임원 20여명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혐희’로 피고석에 설 예정”이라고 보도하며 삼성을 걱정했다.

반면 한겨레는 ‘삼성 백혈병 사과’ 소식 보도량이 가장 많았다. 한겨레는 1면에 “11년 걸린 삼성 백혈병 사과…‘유미야, 약속 지켜 기쁘다’”라는 기사 제목을 달고 “11년 만에 받아낸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한마디를 놓고 황상기씨는 울지도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황씨가 ”노모는 병들어 돌아온 손녀딸을 본 충격에 세상을 떴고, 그의 아내는 딸의 죽음 이후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속초 거리를 누비던 택시기사 황씨는 그동안 운전대를 놓은 채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거리를 헤매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황씨와 반올림이 사과를 받기까지 과정을 보여줬다. 한겨레는 5면에 “삼성전자, 11년만에 ‘반도체 작업장 안전 관리 소홀’ 사과”라는 기사 제목을 달고 “지난 2014년 5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했던 부분은 사과했지만, 작업장 안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사과는 당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해다.

▲ 24일 자 한겨레 1면
▲ 24일 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삼성 백혈병 사태 매듭, 노동인권 의식 높이는 계기로”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에 걸려 2007년 3월에 숨진 지 11년8개월 만이다. 최종 마무리라는 점에서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며, 10년 이상 지나서야 풀었다는 점에선 착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정부 당국에 책임을 요구했다. 신문은 “삼성 쪽은 협약에 따른 보상 이행과 아울러 노동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실마리로 삼길 바란다. 다른 계열사에도 유해물질을 다루다가 병든 노동자들이 있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 사업장에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 24일 자 한겨레 사설
▲ 24일 자 한겨레 사설

이어 “정부 당국의 책임과 역할 또한 가볍지 않다. 국내 법규와 제도에선 산업재해 보상을 받기가 너무 어려워 피해 노동자들이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절규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더 근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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