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인구가 고립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지난 22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 건물에서 주최한 미디어 교육 컨퍼런스에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세대 간 갈등이 투표성향을 넘어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 해결 측면에서 디지털 소통 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노인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와 장노년층 간 디지털 활용 격차가 커지고 있다. 황용석 교수는 “중고등 학생들은 SNS에서 떠도는 정보를 교차점증하는 습관이 있지만 연령대가 높은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노년 인구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지도자에 대한 분리된 네크워크를 갖고, 각각의 그룹 안에서만 소통하고, 진위를 검증하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유통하면서 사회가 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디지털정보격차지수 조사.
▲ 디지털정보격차지수 조사.

노년 인구의 ‘디지털 격차’는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7년 실시한 디지털 격차실태조사에 따르면 6가지 인터넷 활용 항목 모두 60대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2017 디지털정보격차지수’에 따르면 4개 소외계층 가운데 장노년층(58.3점)이 디지털 역량, 접근, 활용 측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황용석 교수는 디지털 역량이 삶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황용석 교수가 2017년 실시한 ‘노인집단 내 정보격차와 그에 따른 삶의 만족도 연구’에 따르면 독거노인, 부부노인 가구가 3세대가 함께 사는 노인들보다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 활용성은 물론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졌다.

‘허위정보’(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을 추적한 기획기사를 선보인 김완 한겨레 기자는 허위정보 유통이 특정 세대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파악한 허위정보 유포 채팅방의 90% 이상이 중장년층이 소속된 방이었다. 대부분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나누는 가운데 틈틈이 정치적 현안에 대한 글도 올라오는 식이다. 김완 기자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한 눈에 봐도 진위를 의심할만한 수준인데, 진위 판단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에 따라 자신이 바라는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지난 22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 건물에서 주최한 미디어 교육 컨퍼런스에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지난 22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 건물에서 주최한 미디어 교육 컨퍼런스에서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왜일까. 김완기자는 이들 세대의 심리적 요인이 허위정보 유포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들은 전쟁을 겪었고 산업화에 기여했지만, 정치민주화는 자신들의 몫이 아니었고, 최선을 다해 살았으나 조명받지 못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 못하면서 소외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사회가 먹고 살게된 건 자신들 덕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소외를 받는 이들 입장에서 디지털은 위안을 주고,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

황용석 교수는 노년 인구에 맞는 미디어 교육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참여, 정보를 습득하고 유용한 가치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이들에겐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며 “기술의 활용’과 ‘응용 능력’ 관점에서 교육의 설계가 필요하다. 세대간 교류확대 프로그램 등으로 고립된 노인들을 바깥으로 나와 젊은 세대와 소통하게 해 격차를 줄이고 정치적 포용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기술교육이 아닌 ‘디지털 시민성’을 어떻게 갖추는지가 중요하다며 ‘디지털 시민교육’으로서의 미디어 교육을 강조했다. 또한 세대간 교류 증진과 노령 인구의 사회참여기회 확대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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