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혐의 사건 항소심이 시작된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이 2차 가해와 여론재판을 이끌고 1심 재판부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피해자 법률지원단 등 153개 단체가 꾸린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29일 안 전 지사의 성폭력 혐의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을 시작한다. 공판준비기일에선 검찰이 항소이유를 제시하고 사건 쟁점과 향후 입증계획을 발표한다.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대위는 1심 재판 때 언론 보도가 안 전 지사 측근의 피해자 음해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김지은씨 측 증언은 비공개로, 안 전 지사 측 증언은 공개로 진행된다는 비대칭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이 아무리 공정하게 보도하려 노력해도 이번 재판 보도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언론이 이 한계를 언급하지 않고 안 전 지사 측 증언만을 전했고, 국민은 편향된 정보를 받으면서도 주요 쟁점을 모두 아는 착각에 빠졌다”고 했다.

특히 안 전 지사 증인으로 출석한 후임 수행비서 어아무개씨는 포털사이트에 피해자를 비방하는 댓글을 1000여 개 달아 검찰에 넘겨졌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어씨는 피해자 비방글을 올리고도 당시 법정에서 증언했다. 피해자 비난과 음해가 증언의 옷을 입고 7번 발언됐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고 했다. 당시 언론은 어씨 발언을 ”안희정‧김지은 격의없이 대화, 깜짝 놀랐다” “김지은, 안희정에 대거리하기도” “안, 권위적인 사람 아냐” 등 제목으로 보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말 어씨 등 안 전 지사 측근 2명과 누리꾼 21명을 인터넷 명예훼손·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어씨는 현재 안희정계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진이다. 또다른 측근 유아무개씨는 현직 인터넷협회 간부이며 안 전 지사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피해자 비방글을 올려왔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언론이 양측 공방을 선정적으로 받아써 2차 가해하려면 차라리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는 편이 사회적으로 유익하다”고 말했다.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2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2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대위는 1심 재판부가 언론의 2차 가해 환경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검찰과 피해자 지원 변호인단이 2차례 비공개재판을 요청했으나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고인 공개재판을 결정했다. 공대위는 “재판부가 피해자를 실시간으로 비난할 공적 환경을 조성했다. 모든 증인심문이 다 끝난 7월13일 저녁 늦게야 언론에 자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2심 재판부가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선 피해자 변호인단 변호사는 “피해자 증언만 비공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피해자뿐 아니라 전체 재판 비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극단 단원들에게 상습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씨 재판은 ‘피해자 인적사항 노출 우려’를 이유로 공판준비기일과 보석신청 건 심문기일을 제외하고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 정혜선 피해자 변호인단 변호사가 2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정혜선 피해자 변호인단 변호사가 21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대위는 “1심 재판부의 법리 오해와 사실 오인, 성인지 감수성 부재 등으로 무죄 판결했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정의로운 판결로 이를 바로잡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재판 일정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 정해진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를 상대로 지난해 7월29일부터 올해 2월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1심은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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