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는 설립한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딴 고려대 앞 도로명 ‘인촌로’의 개명이 추진되고 있다. 친일행위자의 이름을 따 도로명을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다. 새 도로명은 고려대로로 정했다. 도로명 사용자의 과반 이상의 동의절차가 남았다.

성북구청(이승로 구청장)은 지난 15일부터 성북구 고려대 인근의 이른바 ‘인촌로’(지하철 6호선 보문역~고려대병원~안암역~고려대 앞 네거리 구간 1.21㎞ 거리)를 ‘고려대로’로 개명하려고 주민 9118명의 동의를 구하기 시작했다. 도로명 변경은 주민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성북구는 지난 7월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9월부터 직권으로 도로명 변경 절차에 들어갔다. 성북구는 9월20일부터 한달동안 도로명 변경 공고를 낸 뒤 주민 의견수렴을 거쳤다. 지난 6일엔 ‘성북구 도로명주소위원회’에서 “고려대로로 변경하기로 한다”는 안을 통과돼 현재 도로명을 사용하는 거주자들의 동의절차만 남아있다.

직권으로 도로명 변경을 추진한 배경을 두고 성북구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인촌 김성수를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이 맞다고 최종 판결하고 지난 2월엔 국무회의에서 김성수의 건국공로훈장 서훈을 취소하는 등 잇단 역사바로세우기 움직임이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원희 성북구청 지적과 주무관은 20일 “항일독립운동단체연합회와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명칭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김성수의 친일행위가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인정됐고, 올 2월 국무회의에서 인촌 김성수의 서훈 박탈돼 우리 구에서도 직권 변경 추진하게 됐다. 행정안전부 업무편람을 보면, 친일반민족행위자 이름을 딴 도로명은 부적합하다는 편람도 있다”고 전했다.

▲ 항일운동가 단체들이 고려대 사거리~보문역 1.2㎞ 구간 길인 인촌로 명칭 폐지 운동에 나서면서 고려대와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6월20일 현장에 설치된 현수막. ⓒ 연합뉴스
▲ 항일운동가 단체들이 고려대 사거리~보문역 1.2㎞ 구간 길인 인촌로 명칭 폐지 운동에 나서면서 고려대와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6월20일 현장에 설치된 현수막. ⓒ 연합뉴스
그 전엔 왜 도로명 변경을 추진하지 못했는지를 두고 한 주무관은 “친일여부에 대해 여전히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해 4월13일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과 인촌기념회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인촌이 1938~1944년 지속적으로 일제 침략전쟁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역설하는 글을 매일신보에 기고했고 관련 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며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가 인촌의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인촌로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도로명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4월22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도로명을 인촌로로 부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주소체계를 지번에서 도로명 주소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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