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초상권 논의가 ‘찍히지 않을’ 권리에서 ‘검색·노출되지 않을’ 권리로 확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디지털시대는 초상권 침해의 파급력과 지속성이 아날로그시절보다 현저히 커졌다. 대중의 정보접근성도 강화돼 누구든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게 됐다. 기술발전으로 사적 영역이 잠식되며 언론에 의한 침해 외에도 개인에 의한 개인의 초상권 침해가 앞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이석형)가 주최한 ‘디지털 시대의 신(新) 초상권 침해, 쟁점과 해법’ 토론회에서 장태영 서울서부지법 판사는 “개인정보가 쉽게 유통·처리되는 디지털 시대에 초상권은 단순히 촬영·공표당하지 않을 소극적 권리를 넘어 초상을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장태영 판사는 초상권 논의와 관련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포착되지 않았던 정보까지 손쉽게 인식되고,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불가능해지며,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얼굴과 가시적 관찰에 국한된 초상의 개념이 계속 넓어져 관념화된 가상의 인격에 대한 보호 필요성도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증명사진 같은 초상보다 디지털에서의 개인 식별 정보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장 판사는 “언제 어디서든 초상이 수집될 수 있기 누구든 초상권 침해의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초상권 침해 증가는 우리가 초상권 침해에 무뎌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인간에게 망각은 선물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보를 더하려고만 하지 말고 빼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일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이석형)가 주최한 ‘디지털 시대의 신(新) 초상권 침해, 쟁점과 해법’ 토론회 모습. ⓒ언론중재위원회
▲ 20일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이석형)가 주최한 ‘디지털 시대의 신(新) 초상권 침해, 쟁점과 해법’ 토론회 모습. ⓒ언론중재위원회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맥락과잉 사회다. 검색하면 이것저것 다 나와 쉽게 신상 털기가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아날로그형태의 정보와 디지털에서 인덱스 된 정보는 질적으로 다르다. 검색기술의 발달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본권 소장은 “인공지능의 딥페이크 기술로 진짜 같은 가짜가 등장하고 있다. 당사자는 모욕이나 범죄피해를 호소하며 동일성을 주장할 수 있지만 초상권 침해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인이 아닌데 우연하게 노출된 초상의 경우 지금은 식별되지 않고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특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될 수 있다”며 “10년 전 나의 행동이 소멸하지 않고 디지털에서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주체의 지위만을 놓고 초상권을 논의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태영 판사는 “이익형량은 시대에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초상권의 보호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방법론”이라며 “디지털시대로의 변화에 맞춰 초상권을 비롯한 인격권 전반에 대한 법률가의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필요한 정보의 삭제에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묵시적 동의 여부, 동의의 범위와 조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초상권과 관련한 동의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언론중재위원회 카드뉴스.
▲ 언론중재위원회 카드뉴스.
한편 이수종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은 독일이 인격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상권 법리가 발전해왔다며 “몰래 촬영 등 관음에 대한 보호규정 및 처벌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격권에 기반 해 초상 사진의 공표 및 전파를 불허하는 금지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 공인이더라도 내밀영역에 관한 사진 공표 등 인격권 침해에 대해선 금지청구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종 본부장은 또한 “현재 언론중재법 초상권 규정도 문제다. 위법성조각사유를 다루면서 기사형식의 보도와 사진보도 등의 차이에 대한 구별 없이 초상권 침해도 진실성을 통해 면책이 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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