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내년도 국회 특수활동비 84.4%(약 53억원) 삭감액을 벌충하기 위해 교섭단체에 22억6500만원을 업무추진비 등으로 주기로 결정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4일 열린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이날 소위에서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교섭단체(국회의원 20인 이상 정당) 지원 예산이 특활비 폐지 이후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에 특활비 대신에 업무추진비, 국내여비, 일반수용비 등으로 비목 전환을 해서 9억4500만원을 증액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보고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예산에서 교섭단체 지원금은 특활비 15억5200만원을 포함해 업무추진비와 등을 합한 26억원이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교섭단체 지원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고 16억6500만원을 업추비 등 명목으로 책정해 국회에 보냈다.

일부 운영위 위원들은 내년 교섭단체 지원금이 올해보다 9억4500만원 줄어들기 때문에 업추비 등의 예산을 늘려 부족분을 채우자고 주장했다. 다만 국회사무처 측은 특활비 삭감으로 교섭단체 업무 추진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애초 특활비 폐지 취지를 고려해 9억4500만원의 절반 수준인 4억5000만원만 증액하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7월9일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기자
▲ 지난 7월9일 참여연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와 지출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도현 대학생기자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여비나 일반수용비, 업무추진비 중에서 투명해지면, 정말 불필요한 예산을 쓸 수가 없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지 예산을 무조건 자르는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며 9억4500만원을 증액에 찬성했다.

반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머지 다른 특활비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업추비로 전환됐는지 전체를 한번 봐야 형평성을 맞출 수 있다”며 교섭단체 지원금만 전액 보전하는 데 우려 의견을 냈다. 손금주 무소속 의원도 “전액을 다 반영하기는 나중에 조금 부담이 있을 것 같아서 약간만 그렇게(증액)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 각 상임위원장에겐 올해까지 월 600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는데 내년엔 이 특활비가 모두 폐지되면서 업추비 200만원에 운영경비 100만원을 합해 기존 특활비의 절반 수준인 총 300만원만 보전해주기로 했다.

윤재옥 운영위 예결심사소위 위원장은 “일단 예결위에서 조정이 가능하고 이것 때문에 국회사무처가 다시 심사할 수 없으니까 (사무처에서 중재안으로 내놓은) 6억 (증액) 정도로 정리하자”고 결론 냈다.

결국 이날 소위 결과 교섭단체 지원금은 정부 예산안 16억6500만원에 업추비 등 6억원을 늘려 22억6500만원이 됐다. 국회의원의 무분별한 특활비 사용에 대한 국민 비난이 거세자 국회가 교섭단체 특활비 전액을 없애기로 했지만, 내년에 실제로 줄어들 정당 지원금은 3억45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편성한 내년 국회 예산에서 특활비 명목으로만 보면 9억8000만원이다. 하지만 교섭단체 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삭감된 특활비 상당액은 다른 비목으로 전환돼 편성된 상태다.

▲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8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활동비 폐지 관련 브리핑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8월16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활동비 폐지 관련 브리핑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아울러 이날 소위에선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특활비 적정성도 논의했지만 여당 의원들을 정부안 유지를, 야당 의원들은 삭감을 주장하면서 결론을 못 내고 전체회의로 넘기게 됐다.

정부는 내년도 대통령경호처와 대통령비서실 특활비를 올해와 동일하게 각각 96억5000만원과 85억원씩 편성했다.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미 작년에 편성된 특활비 147억원에서 50억원을 감액했기 때문에 지금도 상당히 빠듯하게 집행하고 있어 더 줄이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34%(50억원)를 이미 삭감했고 국가안보실 같은 곳은 사실 특활비가 본령에 맞는 돈인데 더 삭감하는 것은 특별하게 무슨 사유가 없는 한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전에 많이 삭감한 것이기 때문에 그냥 유지해 주는 게 어떨까 하는 의견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희 의원은 “특활비 관련해서는 많은 위원이 감액 의견을 냈고 나도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부분이 지금 사회적으로 매우 불투명한 예산이고 혈세를 마음대로 쓴다는 국민적 눈높이에서 봤을 때도 좀 감액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통령비서실 등 청와대 특활비는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등 국익 차원에서 올해 수준을 유지하자’는 여당 의원들과 ‘불요불급한 부분을 빼놓고 나머지는 모두 삭감해야 한다’의 야당 의원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소위에선 의결을 보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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